조해훈의 고전 속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48> 조조가 적벽대전을 앞두고 읊은 시 ‘단가행’

bindol 2022. 6. 1. 06:00

산은 높음을 꺼리지 않고, 바다는 깊음을 꺼리지 않는 법(山不厭高 海不厭深·산불염고 해불염심)

 

술을 들며 노래하니, 인생이 길어봐야 얼마나 되겠는가?(對酒當歌 人生幾何·대주당가 인생기하)/ 비유하면 아침이슬 같으니, 지나간 날이 너무나도 많구나.(譬如朝露 去日苦多·비여조로 거일고다)/ 슬퍼하며 탄식해도, 근심 잊기 어렵구나.(慨當以慷 憂思難忘·개당이강 우사난망)/ 무엇으로 근심 풀까? 오직 두강주(술)가 있을 뿐이네.(何以解憂 唯有杜康·하이해우 유유두강) … … 산은 높음을 꺼리지 않고, 바다는 깊음을 꺼리지 않는 법.(山不厭高 海不厭深·산불염고 해불염심)/ 주공이 입에 물었던 것을 뱉으니, 천하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리라!(周公吐哺 天下歸心·주공토포 천하귀심)

2008년 오우삼 감독 영화 ‘적벽대전’에 보면 적벽 전투를 앞두고 조조(曹操·155∼220)가 시 ‘단가행(短歌行)’을 읊는다. 이 시 마지막에서 ‘천하(天下)’를 외치고 술잔을 바닥에 던진 뒤 힘찬 어조로 ‘歸心(귀심)’이라고 하며 마무리한다. 위 시는 ‘삼국지연의’ 등에 수록돼 있다. 이 영화는 볼 때마다 새로운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어제 보았을 때는 조조가 성조를 넣어 읊조리는 모습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구절 ‘吐哺’란 주공이 천하 인재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밥을 먹던 중 듣자 입에 넣었던 음식을 세 번 뱉고, 감던 머리를 세 번 움켜쥐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조조가 간사하고 야비한 사람이라고 여겼으나, 이후 여러 글을 읽으며 반드시 그렇지도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였다. 진수가 편찬한 역사서 ‘삼국지’에는 “조조는 학문과 문학을 좋아해 창을 들고 싸우는 중에도 책을 늘 곁에 뒀다”며, 산에 올라가서는 “반드시 시를 읊고 악기로 반주하며 노래했다”고 기록됐다.

하지만 나관중이 14세기에 쓴 소설 ‘삼국지연의’에 조조는 간사한 영웅으로 그려져 있다. ‘삼국지연의’에서 조조는 동탁을 살해하려다 실패한 뒤 자신의 부친 조숭과 의형제인 여백사 집에 머물게 됐다. 그런데 집 뒤에서 칼 가는 소리가 들리자 여백사 가족을 무참히 몰살한다. 이처럼 조조의 간악함이 묘사돼 있다.

최근 조조와 관련한 신간 서적을 읽으면서 그에 대한 평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