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굴기…배후엔 700만대 실시간 ‘빅데이터’
입력 2022.04.18 00:31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완충된 배터리로 바꿔주는 환전소(換電站)가 베이징에만 60곳이 넘습니다.”
16일 찾아간 베이징의 가족형 쇼핑몰인 솔라나(藍色江灣)의 전기차 매장 직원의 말이다. 가격의 20~25%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임대 방식으로도 판다며 1억원 대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권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이 브랜드는 최근 매달 1만 대 가까이 팔린다고 했다. 매장 실적은 밝히길 꺼렸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베이징이공대에 위탁해 구축 운영중인 ‘신에너지차 국가 모니터링(監測·감측) 및 관리 플랫폼’ 화면이다. 지난 1월 21일 화면으로 모니터링하는 전기차 대수가 700만40대로 표기되어 있다. [사진=전동차량국가공정연구센터 웨이신]
‘신에너지 자동차 국가 모니터링 및 동력 배터리 회수이용 원천 종합 관리 플랫폼’ 화면.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 29일까지 중국내 차량 배터리 정보가 담겨있다. 총 1062만5698팩으로 한국 배터리 업체 주력 제품인 삼원계 배터리가 384만팩, 인산철원료의 이원계 배터리가 374만개로 표기되어 있다. [사진=전동차량국가공정연구센터 웨이신]
16일 베이징의 가족형 쇼핑몰 솔라나의 한 중국 전기차 브랜드 매장에서 고객들이 전시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신경진 기자
이곳 솔라나에만 지난 1년 사이에 전기차 매장이 9곳 생겼다. 패션 매장 등을 중국 토종 웨이라이(蔚來·니오), 리샹(理想·리오토), 샤오펑(小鵬·엑스펑), 지후(極狐·아크폭스), 가오허(高合·하이파이)가 대체했다. 화웨이 전자 매장도 전기차 아이토(AITO)를 전시·판매한다. 볼보를 인수한 지리(吉利)는 지커(Zeeker) 팝업 매장을 운영한다. 외국계는 폭스바겐과 포드 두 곳뿐이다. 최근 기름값이 치솟자 가족용 SUV 교체 수요가 많다며 월 충전비 2만원이 영업 포인트라고 자랑했다. 지하 주차장에는 브랜드별로 마련된 충전 부스와 시승 차량이 곳곳에 보였다. 전문 스타트업이 운영하는 인근 범용 충전소도 쇼핑객 차량을 맞아 성업 중이었다.
16일 베이징의 쇼핑몰인 솔라나에 입점한 중국 토종 전기차 브랜드 매장들. 이곳 쇼핑몰에만 지난 한 해 동안 전기차 매장이 9곳 들어왔을 정도로 중국에선 전기차가 급성장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중국의 전기차 굴기에 가속도가 붙었다. “가솔린은 건너 뛰고 전기차로 앞서가자” 분위기다. 마치 한국의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 슬로건이 연상될 정도다. 은종학 국민대 중국학부 교수는 “전기차는 부품이 적은 대신 자율주행·멤버십·콘텐트로 연관 산업 확장성이 풍부한 배터리·충전 기반의 인프라 산업”이라며 “거대한 시스템이 된 신에너지차 산업을 탄소 중립과 결부시켜 범국가적으로 전략 육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1년 상위 10개국 전기차 판매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의 전기차 굴기는 숫자가 말해준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332만 8000여 대, 세계 50%를 차지했다. 2위 독일의 69만대, 3위 미국 67만대의 다섯 배에 육박한다(표). 그럼에도 공안부에 등록된 차량 4억200만대 가운데 신에너지 차량은 891만5000대로 2.9%에 불과하다. 올 1분기 신규 차량의 16.91%인 111만 대가 등록했다. 확장력이 아직 엄청나다는 의미다.
중국 전기차 산업의 숨겨진 무기는 전 중국을 주행 중인 700만대가 실시간으로 쏟아내는 빅데이터다. 이를 수집·저장·분석하는 플랫폼을 전기차 보조금과 연계시켜 자율주행과 보험 등 미래 산업용 데이터로 가공하고 있다.
시작은 국가가 나섰다. 지난 2017년 국무원(정부) 공업정보화부가 베이징이공대에 ‘신에너지차 국가 모니터링(監測·감측) 및 관리 플랫폼’과 ‘동력 배터리 국가 원천 관리 플랫폼’ 구축을 위탁했다. 소개 영상은 “차량 상태와 지리정보(GPS) 등 운행 데이터를 실시간 채집·저장·분석한다”며 “세계적으로 최대 규모인 신에너지차 빅데이터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또 “차량 배터리의 생산·판매·사용·보존폐기·회수이용 등 모든 주기 정보를 관리해, 생산 정보를 조사하고 유통을 추적할 수 있으며 단계별로 나눠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고 했다. 배터리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국가가 실시간으로 관리해 오염을 막고 재활용을 용이하게 했다는 취지다.
신에너지차 국가 모니터링 및 관리 플랫폼 등록 차량 대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국 신에너지차 월간 주행거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플랫폼 관리 센터의 주임인 왕전포(王震坡) 베이징이공대 교수는 “신에너지차는 국가의 중점 발전 산업”으로 “플랫폼은 사고 예방, 보조금 산정, 산업 발전을 위한 빅데이터 확보 기능을 한다”고 과거 한 포럼에서 말했다.
이 센터가 등록 차량 대수가 700만 대를 돌파한 올 1월 21일 공개한 화면에는 중국 내 전기 차량의 누적 주행 거리 2235억㎞, 누적 탄소 감축 총량 8734만t이 나와 있다. 전기차 기업 309개사가 만든 7017개 모델이 주행 중이며, 하루 416만대가 7250만㎞를 주행했다고 집계했다. 지구 적도를 1800여회 돌고 있는 셈이다.
경찰도 전기차 정보 실시간 공유
베이징이공대가 수집하는 정보는 중국 경찰도 공유한다. 장량웨이(姜良維) 공안부 교통관리과학연구소 부주임은 현재 공안부도 자체적으로 베이징과 우시(無錫)에 신에너지차 예방제어(防控), 정보공유 양대 플랫폼을 운영한다며 “차량모니터링, 운행경로, 위험분석, 도로 상황, 고장신고, 특별관리, 불법조사 용도”라고 학술지 『도로교통관리』(2022년 2호)에 발표했다. 경찰이 모든 전기차의 운행 정보를 자체 감시 플랫폼에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전기차 생태계는 산업적으로도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는 15일 인도네시아에 39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말 양산을 시작할 독일 공장에 이어 두 번째 해외 공장을 세워 해외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CATL은 가성비와 안전성이 뛰어난 이원계(인산+철) 배터리를 내세워 한국 업체의 주력인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은종학 교수는 “중국이 배터리·전기차 산업에서 기술과 시스템을 고도화하면서 서구와 경로가 다른 ‘판을 뒤엎는 혁신(disruptive innovation)’까지도 도모하고 있다”며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 전략을 다차원적으로 설계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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