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난자의 한줄로 고전

적연부동(寂然不動)

bindol 2022. 7. 19. 15:48

易은 無思也하며, 無爲也하여 寂然不動하다가

感而遂通天下之故하나니 非天下之至神이면 其孰能與於此리오.



공자의 ‘계사전’ 제10장의 말씀이다.

“역은 아무런 생각도 행위도 없으며 고요히 움직이지 않다가 느껴서 천하의 현상을 모두 통달하나니, 천하의 지극한 신묘함이 아니고서 누가 이럴 수 있겠는가?” ‘무사(無思) 무위(無爲)’로 역(易)에 통달한 사람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사 무위’는 생각이나 행동에 어떤 하고자 하는 의도나 욕심이 전혀 없는 허령(虛靈)한 마음 상태다. ‘무사’는 미발(未發)이고 ‘무위’는 정(靜)이다. 행동이 밖으로 나가기 전 ‘미발’의 지극한 고요함 속에 움직이지 않다가 일단 감응이 생기면 교감이 일어난다. 외감내응(外感內應)으로 드디어 천하의 연고에 통하게 된다. 느낀다는 것은 자연과 일체가 되는 것이다. 한몸이 되기 때문에 알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된다.

어느 가을날, 찬비 내리는 이경(二更), 빈방에 홀로 앉은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는 이렇게 읊었다.

 


‘우중산과락 등하초충명(雨中山果落 燈下草蟲鳴).’ 우중에 산과일 떨어지고, 등불 아래 풀벌레 운다. 방 안에 앉아서 산과일 떨어지는 소리, 풀벌레 울음으로 우주의 소식을 듣는다. ‘감이수통’이다. “울타리 아래서 국화를 따다가 허리를 펴니 남산이 유연히 눈에 비쳐온다. 산 기운은 저녁나절에 더욱 좋고 새들이 짝지어 돌아온다. 이 가운데 참다운 이치(眞意)가 있으니 말하려고 하나 이미 말을 잊었노라(已忘言)”고 한 도연명은 말과 생각이 끊어진 이언절려(離言絶慮)의 자리에서 ‘무사 무위’의 역에 참여하고 있다. ‘적연부동’은 도의 본체, 이곳은 무동(無動) 무효(無爻)로서 길흉이 따라붙지 못하는 자리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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