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10] 달에서 본 ‘지구돋이’

bindol 2022. 8. 10. 03:38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10] 달에서 본 ‘지구돋이’

입력 2022.08.09 03:00
 
 

1961년 인공위성을 타고 처음으로 지구를 돈 구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멀리서 지구를 보니 지구는 싸우기에는 너무 작고 협력하기에는 충분히 크더라”는 소감을 전했다. 그가 지금까지 회자하는 멋진 얘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구를 먼 거리에서 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땅 위에 붙어서 태어나고, 사랑하고, 싸우고, 정복하고, 지배하고, 탐험하는 일을 계속해 왔다. 땅에 붙어서 보면 지구가 탐험과 정복의 대상이지만, 멀리서 보니 지구는 싸우기에 너무 작은 행성이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 한 해 전인 1968년, 달을 한 바퀴 돌고 지구로 귀환하는 임무를 띠고 아폴로 8호가 발사됐다. 이 우주선이 달을 도는 도중에 우주인 윌리엄 앤더스는 우연히 창문 뒤쪽으로 지구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달의 지평선 위로 마치 지구가 떠오르는 것 같은 광경을 목격하고, 급히 카메라를 찾아 지구를 찍었다.

‘지구돋이’(Earthrise)라는 이름이 붙은, 28만킬로미터 떨어진 달 궤도에서 찍은 이 사진에서 지구는 그냥 하나였다. 이념, 종교, 계급으로 나뉜 사람들은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만, 멀리서 보니 지구는 유기적 총체(organic whole)였다. 사람들은 이 사진을 보며 우주인이 지구를 보면서 느낀 경이로움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고, 지구와 인류를 하나로 보는 관점에 공감했다. 사진작가 갤런 로웰은 ‘지구돋이’가 지금까지 찍힌 모든 사진 중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진에 감명받은 생물학자 루이스 토머스는 멀리서 본 지구가 “살아있다”라고 평했다. 이런 평가는 지구가 마치 유기체와 같다고 보는 가이아(Gaia)설을 제창한 제임스 러브록에 의해 강화되었다. 러브록은 우주여행의 가장 중요한 효용은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멀리서 지구를 바라봄으로써 지구를 완전히 새롭게 보는 시각을 제공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런 사상이 1970년대 이후 전 지구적 환경운동의 추진력이 되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한국 최초의 달탐사선 다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궤도에 진입했다. 이번 탐사에서 다누리호가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메시지를 던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