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12] 나비의 날갯짓으로 태풍 조절?

bindol 2022. 9. 6. 06:38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12] 나비의 날갯짓으로 태풍 조절?

입력 2022.09.06 03:00
 

1961년 어느 날,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는 기상 모델을 이용해서 날씨 예측을 하고 있었다. 그는 모델에 입력하는 변수의 초기 값으로 0.506127을 사용했는데, 두 번째 시도에서 실수로 0.506을 입력했다. 그런데 모델이 예측한 날씨는 첫 번째 것과 생판 달랐다. 미미한 차이였지만, 기후와 같은 복잡계에서는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은 것이다. 로렌즈는 이 주제에 대해 논문을 쓰면서 끝에 “이 이론이 옳다면 갈매기가 날갯짓을 한 번 하는 게 날씨를 영원히 바꿀 수 있다”고 적었다. 1972년에는 “브라질의 나비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자구를 조금 수정했다. 이는 카오스 이론을 대표하는 구절이 되었다.

 

태풍은 인간의 통제권 밖에 있었지만, 최근에 바로 이 이론을 이용해서 태풍을 조절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2004년, 미국 기상학자 로스 호프먼은 태풍 발생지의 0.1도라는 작은 온도 차가 태풍 경로에서는 2도 이상의 온도 차를 가져올 수 있고, 이는 태풍의 풍속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을 발표했다.

 

이런 예측에 기반해서 태풍 발생지의 온도, 특히 바다 표면의 수온을 낮추는 방법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가장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은 심층 해양의 차가운 바닷물을 끌어올려서 해수면의 따뜻한 바닷물과 섞는 것이었다. 그런데 연구를 거듭할수록 이 방법의 여러 난관이 드러났다. 요동하는 해류의 영향 때문에 해수면 온도를 낮출 수 있는지도 불확실했고, 깊은 바닷속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발산시켜서 지구온난화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에 누가 돈을 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했다.

 

사실 태풍은커녕 수십 년 동안 실험한 인공강우도 아직 그 효과가 미미하다. 기상학자 존 무어는 최근의 연구를 평가하면서 태풍을 조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온실가스를 줄여서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 했다. 이번 초강력 태풍 힌남노를 겪으면서 과학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