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11] 2022 기초과학의 해
올해 2022년은 유엔이 지정한 기초과학의 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월 교육부가 ‘2022 유엔 세계기초과학의 해 한국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고, 대학을 중심으로 여러 행사를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4월에 기초과학진흥주간을 마련해서 과학 대중화 차원에서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홍보했다. 기초과학의 해를 선포한 유엔이 7월에야 개막 기념식을 개최한 것에 비하면, 꽤 발 빠르게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레이저는 양자역학에서 예측되는 독특한 현상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었고, 심장 혈관 질환의 치료도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인다는 과학 연구 덕분에 가능했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과 싸우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된 mRNA 백신 역시 오래전부터 시작된 기초과학 연구가 열매를 맺은 것이다.
그런데 유엔이 2022년을 기초과학의 해로 지정한 데에는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유엔은 올해를 “세계 기초과학의 해”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 기초과학의 해”라고 지정했다. 굳이 따지자면, 방점은 기초과학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에 놓여 있다. 유엔은 2015년부터 심각한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 어젠다’를 추진했고, 이제 2030년이 몇 년 안 남은 상황에서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초과학의 역할을 성찰하고,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개발에 동참하기를 촉구하려고 했다.
그렇기에 유엔에서 7월에 진행했던 개막 행사도 (물론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설파한 연설도 있었지만) 기초과학이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특히 불평등을 완화하고 저개발 국가를 돕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맞춰졌다. 이 개막식에서 유네스코 사무총장보인 베두엘레는 “기초과학은 지속 가능한 발전의 고동치는 심장”이라고 했는데, 이는 2022년이 단지 기초과학의 해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과학을 호명하는 해가 되어야 함을 잘 보여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진행된 행사는 마치 ‘기초과학 페스티벌’ 같은 느낌을 주는 것들이 많았다. 앞으로 남은 행사에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원래 목표를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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