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6691)寧波 舟山 발행일 : 2006.01.07 / 여론/독자 A30 면

성종 때 최부(崔溥)가 경차관으로 제주도로 가는데 난파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기에 이르렀다. 이 깐깐한 선비는 동남아시아의 만국 배들이 모여드는 해적들의 소굴이기도 한 지나해에서 해적에게 걸려 갓을 벗기게 됐다. 인격과 벼슬의 상징인지라 갓만은 못 벗겠다는 한국 선비의 정신적 매서움을 기록한 사적비가 지금 곳곳에 서 있다.
임진왜란 정유재란이 끝나고 남원부사(南原府使)로 부임한 유몽인(柳夢寅)이 남원에서 들은 전쟁후일담 가운데 하나를 써남긴 것이 ‘홍도전’이다. 남원에서 사랑을 약속한 홍도는 남장여인으로 종군했다가 포로가 되어 닝보 저우산을 거니는데 남원의 연인만이 불 줄 아는 피리소리를 듣고 야심에 찾아가 해후를 한다. 남원을 지배했던 양원(楊元) 사령관 따라 중국에 갔다가 한낱 뱃사람으로 살아오다가 맞은 기구한 만남이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우리 한국인과 밀접한 저우산 그리고 임진왜란 시의 로맨스를 정서카드로 들고나온 셈이다. 닝보와 저우산(舟山)항이 합쳐 중국동해안에서 상하이 버금가고 전세계적으로 세번째로 많은 물류이동을 담당하는 대항구로 새로 날 것이라 한다. 동북아시아의 물류기지로 부각될 이 닝보-저우산 시너지항구를 정서카드를 들고 접근한 중국의 저의가 가공스럽기만 하다. 동북아시아 새 다크호스의 등장으로 한국의 물류는 극빈 상황을 못 면하게 돼 있다.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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