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bindol 2022. 10. 12. 06:06

[이규태 코너]

조선일보
입력 2004.08.24 18:36
 
 
 
 

중국에서 탁구를 ‘삥뽕’이라 하는데 한자인 ‘兵’에서 밑을 받치고 있는 오른쪽 다리를 떼어 ‘삥()’이라 읽고 왼쪽 다리를 떼어내어 ‘뽕()’으로 읽는다. 물론 한자에 없는 신조어다. 나무판인 대(臺) 위에서 친다 하여 대구(臺球)라고도 한다. 공산정권이 국민의 심신(心身) 건강을 위해 심강(心康)은 공산주의 이론으로, 신강(身康)은 ‘삥뽕’으로 장려키로 하고 마을단위 인민공사에까지 탁구대시설을 의무화시켰다.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간단한 장비로 남녀노소 없이 참여할 수 있기에 선택된 것일 게다. 중국 시골을 여행하다 보면 동네 마당이나 정자나무 밑에 나무판이나 콘크리트로 만든 조악한 노천 탁구대를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그 때문이다.

그래서 탁구 하면 중국을 연상하게 됐고 근년 국제경기에서 메달을 싹쓸어 넘나보지 못하는 영역이 돼왔다. 엊그제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결승은 국가 간 대결이란 차원을 넘어 13억 인구대(對) 4000만 인구에서 뽑아낸 선수 대결이요, 2000만명 선수층대(對) 2000명 선수층에서 뽑아낸 대결이란 차원에서 온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었다. 더구나 중국이 우세라는 선입견을 반전시킨 한국 기질의 역동이 스포츠를 초월한 감동을 준 인상 깊은 한판이었다.
역대 명승부의 승자들은 공통적으로 경기에 임했을 때 남과 겨룬다거나 나라의 명예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자신과 싸우는 대자경쟁(對自競爭)이 승리를 안겨준 것으로 고백하고 있다. 한데 이번 유승민군은 상대의 공격을 선제, 밀어붙이는 대타경쟁(對他競爭)으로 이겨냈다는 패기와 기운이 국민의 가슴에 보다 신선하게 와닿는다.

탁구의 뿌리는 10세기 전후 유럽에 퍼졌던 ‘폼’으로 고무공을 가죽장갑 끼고 치고 받는 경기였는데 16세기에 라켓이 등장, 큰 라켓의 폼이 테니스로, 작은 라켓의 폼이 탁구로 분화해 오늘에 이르렀다. 유명한 철학자 몽테스키외, 파스칼, 루소도 작은 라켓의 폼을 즐겼고 루이 10세는 이 경기 도중에 죽었다. 우리나라에는 개화기 영어학교교사 할리팩스 등이 도입, 심심풀이로 시작한것이 100여년 후에 본고장 유럽의 탁구황제를 무너뜨리고 탁구공을 쌓았다는 만리장성을 넘고 만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