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남대문 연못
국보 제1호인 숭례문(崇禮門)을 시민에게 보다 친화적으로 접근시키고자 서울역 쪽으로 2500평 규모의 광장을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기억해 둘 것은 그 광장 예정지역에 남지(南池)라는 연못이 있었다는 사실이요, 역사적 유적인지라 손대는 김에 복원하길 권하고자 한다. 풍수 합리주의에 노예가 됐던 조상들은 한양의 주산인 관악산이 불꽃 형상의 화산(火山)이기에 도성에 크고 잦은 불을 예언받았고, 이를 염두에 둔 풍수작업이 다각도로 진행됐었다.
화산과 맞바라보는 남대문 현판이 세로로 돼 있는 것도 그 한 방편이었다. 숭례의 예(禮)를 오행(五行)에 해당시키면 화(火), 오방(五方)에 해당시키면 남방이기에 화산과 대결시킨 것이 되고, 숭례 두 글씨를 세로로 겹치면 불꽃이 타오르는 형상이기에 이로써 관악의 풍수화염에 대결해 세를 꺾었던 것이다. 관악의 연주봉(戀主峯) 아래 아홉 개의 방화부(防火符)를 담은 항아리를 묻기도 했다.
‘조선근세정감(朝鮮近世政鑑)’이란 문헌에 보면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 광화문 전에 물짐승인 해치(??)를 관악산을 노려보게 앉혀 왕궁의 화재를 예방시켰다 했다. 하지만 해치는 물짐승이 아니라 정사(正邪)를 바르게 판단하는 영수(靈獸)로, 올바른 법치의 상징으로 왕궁이나 관아 앞에 세워두어 목민의 자세를 잡아주던 상징물이란 점을 미뤄보면 해치는 방화풍수와는 관계없으며 그저 그 같은 풍문이 번졌을 따름으로 본다.
한명회가 이르기를 한양 정도 때 관악산의 화기를 누르고자 남지(南池)를 팠는데도 불이 끊이질 않으니 그 못이 메워진 탓이라 했고, 이를 복구하길 상소했다. 이 연못을 복구하면 사색당파의 남인(南人)이 성한다는 속신(俗信)이 있었다. 순조 때 남지를 복원하자 “이전에 이 못을 팠을 때 남인인 허목(許穆)이 득세하더니 이번에는 누가 득세할꼬” 하는 노래가 번지는 가운데 남인 채제공(蔡濟恭)이 득세했다. 그래서 집권당이 남인을 억제하는 당쟁의 와중에 남대문 앞 연못이 묻힌 채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풍수 복원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옛날에 있었던 것은 있었던 곳에 복원하는 도리를 이행해주길 바랄 뿐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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