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酒池肉林' 발굴

bindol 2022. 10. 13. 16:09

[이규태코너] '酒池肉林' 발굴

조선일보
입력 2004.07.28 18:27
 

폭군 하면 하(夏)나라를 망친 걸왕(桀王)과 은(殷)나라를 망친 주왕(紂王)을 연상한다. 그 주왕의 주색방탕의 현장이요 환락의 형용사가 되기까지 한 ‘주지육림(酒池肉林)’의 현장이 중국 허난성(河南省) 옌스(偃師)의 은나라 유적지를 발굴하던 고고학 연구팀에 발견되었다고 엊그제 발표됐다. 미녀 달기(?己)에 빠져 이궁에 못을 파 술로 채우고 인근 나무들에 살코기를 매달아 숲을 이룬 속에 남녀로 하여금 벌거벗겨 포르노를 실연시키며 밤새워 즐긴 현장이다. 색정소설 ‘금병매(金甁梅)’에서 서문경이 배경음악으로 연주시켰다던 ‘북리무(北里舞)’나 ‘미미락(靡靡樂)’은 그를 듣고는 모기일지라도 암수가 짝짓지 않고 배길 수 없다던, ‘주지육림’에서 궁정악사로 하여금 연주시켰던 최음(催淫)음악이다.

이 환락에마저 권태를 느끼면 주왕은 곁에서 귀찮게 간(諫)하는 숙부 비간(比干)을 대령시키고 “성인의 심장에는 일곱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고 들었는데 한번 확인해보자”며 그 자리에서 해부시켜 심장을 들어내 보았다고 ‘사기(史記)’는 적고 있다. 역시 달기가 보고싶다고 졸라 포락(?烙)의 형을 집행하기도 했다. 아래에서 벌겋게 불을 피운 위에 구리막대를 가로질러 그 위로 사람을 건너가게 함으로써 서서히 몸부림치며 타 죽어가는 그 안간힘을 보고 손뼉을 치며 달기를 즐겁게 했던 현장이기도 하다.

주지(酒池)의 역사는 주왕이 처음은 아니다. 하 왕조를 망친 걸왕이 밤마다 말희(末喜)와 더불어 주지에 배를 띄우고 술 잘 마시는 자들을 뽑아 멍에를 걸어 배를 끌게 했는데 술에 취해 익사하면 말희는 손뼉을 치고 즐거워했다고 ‘열녀전’은 적고 있다. 이번 발굴된 주왕의 주지는 지름이 130m, 너비가 20m, 깊이가 1.5m로 자연석으로 둘려 있으며 수로로 궁을 두르고 있는 해자와 연결돼 있었다. ‘사기’를 쓴 사마천은 주왕은 악행을 했을 뿐 아니라 머리가 잘 돌아가고 지극히 유능하며 맹수를 손으로 때려잡는 완력을 지니기도 했다고 하였는데, 정치가가 스스로의 과신이 지나치면 그 꼴이 된다고 역사의 교훈으로 제시했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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