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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세 발 까마귀

bindol 2022. 10. 13. 16:13

[이규태코너] 세 발 까마귀

조선일보
입력 2004.07.18 18:31
 
 
 
 

삼족오(三足烏), 곧 세 발 까마귀가 한·중·일 세 나라의 상징물로 뜰 것 같다. 지난 한·일 공동주최의 월드컵 때 일본축구협회는 야타가라스(八咫烏)를 문장(紋章)으로 삼았는데, 일본 건국신화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시조인 진무왕(神武王)을 안전하게 인도한 까마귀로 발이 셋이다. 태양 속에 세 발 까마귀가 산다는 우리나라 신화가 있고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그려져 있어, 야타가라스의 뿌리가 한국이라 하여 이를 한·일 공동체의 상징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번 유네스코에서 이 세 발 까마귀가 일본 시조왕을 인도한 길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됨에 따라 이 까마귀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열리고 그 뿌리를 찾는 한국여행이 뜨고 있다고도 한다.

남유럽에서 까마귀 이미지는 부정적인데 북유럽에서는 긍정적이다. 초서(Chaucer)의 ‘새들의 의회’에서 까마귀는 고자질하는 새이지만, 덴마크에서는 이교(異敎)에 대한 정의를 상징해 십자군의 문장이 되기까지 했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하고, 까마귀 울면 죽음이나 불행을 연상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부정적이지만, 고대 역사시기에는 긍정적이었다. 고구려 대무신왕 때 부여왕이 상서로운 새라 하여 까마귀를 바친 것이며 신라 소지왕 때 시해(弑害)를 모면케 해준 것도 까마귀였다. 이 북방 문화권의 긍정 이미지가 기마민족 따라서 일본으로 건너가 긍정적인 이미지로 오늘에 이르렀다.

중국 선양의 고궁(古宮)에 가보면 천심을 정치에 접목시키는 솟대(烏竿)가 세워져 있는데 바로 그 천심 안테나의 새가 까마귀다. 새벽에 가고 저녁에 온다는 새의 습성이 일출일몰과 부합되어 해 속에 까마귀를 살렸을 것이다. 발을 셋으로 한 것은 음양사상이 정착한 후의 일로, 해는 양(陽)이요 양은 홀수이기 때문이었을 게다. 유럽연합을 필두로 남미연합 동아프리카연합 등 지역국가들의 연합이 성행하고 있는 작금, 동북아시아 한·중·일 세 나라의 정치·경제·문화 연합 수요가 커지면서 이 세 발 까마귀가 뜨고 있는 것이다. 당장 문화공약수인 한자의 단일화 등 세 발 까마귀가 할 일을 생각하면 이 상징문장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보인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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