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내부고발 제도
'흥부전'에 나오는 꾀쇠아비나 '장화홍련전'에 나오는 장쇠처럼 한국 고전소설에서 악역은 고자질하는 자이게 마련이다. 서로 아는 사람끼리 오순도순 살아야 하는 정착사회를 금가게 하는 요인 중 으뜸이 고자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 전통사회를 그물처럼 단단하게 얽어 놓은 부자(父子)·부부(夫婦)·형제(兄弟) 사이 그리고 친지나 상전 같은 일하는 동무 사이를 해치는 내부고발을 법 어기는 일보다 큰 악으로 여겼다.
인조 연간에 대흥산성에서 관은(官銀)을 훔친 혐의자가 잡혔는데, 포도청에서 이 혐의자의 열 살 난 아들을 잡아다 아버지가 은을 훔친 일을 두고 고발을 유도했다. 겁에 질려 자초지종을 고백했고 포청에 가면 말하지 말라고 한 어머니의 당부까지 고백을 받아냈던 것이다. 이에 임금은 '벽을 뚫고 은을 훔친 일은 작은 일이요(其事至小), 아들로 하여금 아버지를 고발시킨 일은 큰일(其事至大)이다' 하고 포도대장을 잡아 가두게 했다. 이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정치이념으로 세웠던 인조는 법을 지키기 위해 이를 해친 경우, 병자호란을 수습한 큰 공신인 완풍부원군 이서(李曙)와 호조판서 최명길(崔鳴吉)마저도 문책, 파면했었다.
조정을 뒤엎는 대역(大逆)을 음모했다는 고발을 보고받은 인조는 음모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나의 무슨 부덕으로 나라 안에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하고 통탄했다. 대역을 둔 통탄이 아니라 아내가 지아비를 고발한 데 대한 통탄이요, 아무리 대역 사건일지라도 인륜을 무너뜨림이 더 흉악하다 하여 고발한 아내를 잡아 가두게 했다.
인권 존중을 위한 수사제도나 관행을 바꾸려는 회합에서 자백 강요의 관행을 바꾸는 한 방편으로 이 내부고발을 합법화하고, 그로써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피의자성 참고인이 다른 사람의 범행을 고발할 경우 그 사람의 죄를 면해주거나 감해주고, 범죄나 비리의 내부고발자에게 보상금을 주며, 고발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보상해 주는 등 제도 개선이 논의되었다 하니, '세상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하는 금석지감을 절감케 된다.
(이규태 ku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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