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해상 선박테러

bindol 2022. 10. 13. 16:19

[이규태코너] 해상 선박테러

조선일보
입력 2004.07.12 18:46
 
 
 
 

테러에 무소불위인 반미 이슬람 지하단체들이 망망대해를 무방비로 오가는 한국 선박들을 테러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당장 파병부대의 물자와 석유를 배에 실어 중동을 오가야 하는 우리나라에 해상 테러 위협은 남다르다. 무력 테러는 무력으로 대항하겠지만 고대 병법으로 불식간에 저질러 오는 데는 속수무책이다.

우선, 하역을 하거나 기름을 싣기 위해 외항에 정박 중인 선박에 대한 화공(火攻) 테러를 예상할 수 있다. 중국 정사인 ‘당서(唐書)’에 보면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장수 유인원(劉仁願)이 백제를 돕고자 백강(白江)에 포진한 왜(倭) 수군단(水軍?)에 화공작전을 쓰는데, 수군선 400여 척을 화승(火繩), 곧 불이 잘 붙는 불심지로 은밀히 연결시켜 불을 붙임으로써 수군의 배들을 모조리 태워 대승을 거두었다 했다. 정박 중인 유조선에 잠수부로 무장한 테러리스트가 화승 공법으로 테러를 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두 번째 가능성으로 제너럴 셔먼호 화공법이다. 쇄국정치를 하고 있던 대원군 집정 시절에 미국 증기상선 제너럴 셔먼호가 대동강을 역류, 평양까지 들어와 통상을 강요했었다. 평양 방위군 사령관이랄 수 있는 중군(中軍)을 납치해가는 등 횡포를 부리자 평양 시민들이 배를 향해 투석전을 벌이는 등 갈등이 계속되었다. 이때 평안관찰사 박규수(朴珪壽)가 생각해낸 것이 시탄선(柴炭船) 화공(火攻)이다. 셔먼호가 정박하고 있는 대동강 상류에서 작은 낚싯배에 잘 마른 나무와 숯을 잔뜩 실어 불을 지른 다음, 수십 척을 급류에 띄워 셔먼호 선체에 가 닿게 해 불을 일으킨 것이다. 이 유화(流火) 화공으로 셔먼호는 단 한 사람도 살려내지 못한 채 전소되어 버렸다. 이처럼 중동 테러리스트들이, 유조선 등 대형 선박이 자주 다니는 바다 길목을 지켰다가 시한 폭파 장치를 한 소형 보트들을 충돌시킬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이 화공에 대한 대비를 하면 2차대전 말 일본 가미카제 특공대 같은 대선박 자살테러로 나올 것이다. 방법은, 이 편에서 정신적 화공(火攻)으로 그들의 증오심을 사전에 연소시키는 일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