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발자국 指數
서양사람들은 자고 나도 침대는 고스란히 공간점유를 한다. 한국에서는 자고 나면 이부자리를 개어 얹음으로써 밤 동안 점유했던 공간을 원점 환원한다.
서양에서는 앉지 않아도 의자는 제자리에 버티고 있어 공간을 낭비하는데 한국에서는 앉았던 방석을 치움으로써 공간을 절약한다. 서양의 가방은 텅 빈 채 공간을 비생산적으로 낭비하는데 한국의 보자기는 싸고 나르고 나면 그 공간을 돌려주고 스스로는 무로 돌아간다.
옷도 그렇다. 양복은 입고나도 옷장에 입체수납되어 공간을 유지하는데 한복은 접어서 차곡차곡 장롱 속에 평면수납하여 공간을 아낀다. 칸을 가르고 바람을 막으며 화조(花鳥)로 방을 장식할 때 폈던 병풍도 쓰고 나면 접고 더울 때 펴 바람을 일으키던 부채도 부치고 나면 접어 무로 돌린다.
서양 아이들 색종이 오려 붙이고 공작하는 것은 보았어도 한국 아이들처럼 접어서 치마저고리 만들고 집과 개도 만들었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접기놀이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처럼 개고 접고 싸고 포개어 공간을 재생산하는 공간경제가 한국처럼 발달한 나라도 드물다. 그 이유로써 노쇠한 좁은 국토에 굴지의 인구밀도 속에 살아오다보니 아끼고 재창출하는 공간 경제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음직하다.
1·2차산업 시대를 거치는 동안 보다 넓은 공간을 낭비하고 살수록 선진국이라는 논리가 지배해왔고 개인당 점유공간을 경쟁적으로 넓혀왔다. 한데 생태파괴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해 들고 있는 작금 이 공간 확장은 인류의 자멸·자살행위요, 따라서 절약문화가 각광을 받고 있다.
캐나다 경제학자 웨커네이걸 등은 사람이 넓혀가고 있는 공간을 생태파괴 공간으로 파악, 이를 생태를 짓밟는다 하여 발자국 지수라 이름하여 나라별로 조사·발표해 왔다.올해 우리나라 발자국 지수는 1인당 4.05㏊로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1.8㏊를 웃돌고 있으나 미국(9.7㏊)을 으뜸으로 한 OECD 20개국 가운데 하위 다섯 번째로 지구생태를 덜 유린하는 나라로 분류되었다. 첨단세계가 진행될수록 되돌아보게 하는 한국인의 공간경제문화가 아닐 수 없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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