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젓갈 문화론

bindol 2022. 10. 26. 16:05

[이규태코너] 젓갈 문화론

조선일보
입력 2004.01.13 16:29
 
 
 
 

이 세상의 가장 원초적인 맛 재료는 소금이다. 소금만 치면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하여 소금맛을 제1의 맛이라 한다. 문명이 발달하며 맛을 달리 해서 먹고 싶어하고 그 욕구에 의해 발달한 맛이 양념맛 곧 소스맛으로, 그것이 제2의 맛이다.

서양을 비롯해 세상의 대부분 지역에서 제2의 맛을 못 벗어나고 있는 작금, 미래학자 토플러는 세상이 제3의 맛 시대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고 내다보았다. 그 제3의 맛은 한국이 그 맛의 종주국인 발효미(醱酵味)다. 장(醬)류·김치류·젓갈류 등 밥상에 오르는 한국 전통음식의 80~90%가 삭히고 띄운 발효음식이고 보면 한국은 최첨단을 걷는 맛의 선진국이다.

그중 젓갈은 통일신라시대 신문왕이 김흠운(金歆運)의 딸을 왕비로 맞을 때 폐백 품목에 들어 있으니 역사도 유구하다. 한나라 무제(武帝)가 한반도 대안인 산동반도 동단에 이르러 식욕을 돋우는 냄새의 원천을 찾게 해 보니 바로 젓갈이었다.

무제가 한반도의 위만 조선을 공략한 배경에는 그를 사로잡은 이 젓갈 맛이 한몫 했다고 야사는 적고 있다. 법도 있는 가문에 시집가려면 36가지 장, 36가지 김치, 36가지 젓갈을 담글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관례가 돼 있었을 만큼 젓갈 문화가 발달하고 보편화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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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의 음식사치를 말할 때 제왕(齊王)이 닭의 며느리발톱을 좋아해서 한 끼에 70마리 닭을 잡았다는 것을 드는데 한국의 호남 갑부 현준호(玄俊鎬) 가문에서는 한 종지의 하란(蝦卵)젖갈을 얻고자 열 가마니의 잔 민물새우 알을 따 담는 사치를 했다.

10여년 전 유엔대학 주최로 세계 영양학자들이 한국의 젓갈에 관한 연구 세미나를 가졌는데, 단백질 분해작용으로 보나 유산균·비타민·무기질의 질과 양으로 보나 국제적 식품으로서의 미래상을 제시했었다. 다만 20% 염분을 8% 이하로 줄여야 하는 조건부다. 보도된 바로 이 미래식품을 상식하면 위암 발생률이 3배나 높아진다 했는데 염분 함량 때문일 것이다. 감염(減鹽)연구로 이 제3의 맛에 대한 불명예를 씻어야 할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