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조혼 문화논쟁

bindol 2022. 10. 30. 16:15

[이규태코너] 조혼 문화논쟁

조선일보
입력 2003.10.08 16:36
 
 
 
 

루마니아에서 12세 집시 신부와 15세 집시 신랑의 조혼을 두고 유럽연합(EU) 의회가 인권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내외에서 저항 운동이 번지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더욱이 신부 아버지는 이미 신부가 7세 때에 신랑측으로부터 금화 500개를 받았다 하여 매매혼의 잔재로 지탄이 가중되고 있다. 집시족 자체에서도 조혼 반대 클럽에 가입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비정부조직을 타고 국제화로 연소해 나가고 있다 한다.

1930년 당시 한국 형무소에 복역 중이던 여자 살인범 수는 47명이었다. 당시 남자 살인범 수는 53명이었으므로 남자 100명에 여자 88명꼴로, 고율이다. 세계 평균은 남자 100명에 여자 4명인 데 비겨 한국의 여자 살인범이 파격적으로 많은 것은 왜일까.

이 여자 살인범들 살해대상의 66%가 자신의 본남편이란 점에서, 남편을 죽이지 않을 수 없게 한 사회 살인이었다. 이 남편 살해범들의 초경 연령은 16세3개월인데 개중에는 여덟 살, 아홉 살 신부도 있었다. 이들의 결혼은 거의가 13세 미만의 조혼으로 10세 연상과 결혼했었다. 섹스 알리바이에 남편의 횡포가 겹친 데 대한 반동이 남편 살해로까지 진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농경사회에서는 노동력을 증가시키는 수단으로 혼전에 집에 들여다 기르는 민며느리(豫婦)제도가 조혼을 가속시켰다. ‘위략(魏略)’에 보면 고구려 등에서는 딸이 열 살만 되면 집 뒤란에 사위방(壻屋)을 만들어 사윗감을 들이는데, 이 예비 사위는 처가에 적정량의 노동을 제공한 연후에야 결혼할 수 있었다 했다.

 

그 후 가부장제도가 확립되면서 보다 빨리 혈연·재산·제사 상속의 후손을 보고 싶어 조혼을 가속시켰다. 거기에 왕실에 간택이 있을 때마다 전국에 금혼령이 내려지고 중국에서 한 해가 멀다 하고 공녀사(貢女使)가 오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동녀에게 금혼령이 내려졌다. 잦았던 상중(喪中)에는 결혼시킬 수 없는 등 제약이 많아 이 제약을 피해 미리미리 여의는 것이 관례가 되어 조혼을 가속시켜 왔다.

조혼에 대해 EU가 민감한 것은 루마니아가 오는 2007년에 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조혼은 전근대적인 성 학대요, 매매혼인지라 EU의 체면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루마니아는 지성인을 동원, 조혼은 집시의 고유 습속으로 문화의 다양성에 관대해야 함을 들고 나와 문화논쟁으로 비약하고 있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