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산고 분담 이설(異說)

bindol 2022. 10. 30. 16:18

[이규태코너] 산고 분담 이설(異說)

조선일보
입력 2003.10.05 16:14
 
 
 
 

미국에서 아내가 아기를 낳을 때 남편이 분만실에 들어가 산고(産苦)를 더불어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1970년대에 산고 분담 남편이 10%에 불가했는데 지금은 85%가 진통하는 아내를 부축, 마음놓고 힘을 쓰게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한데 일전 영국 BBC방송이 캐나다 토론토 대학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보도했는데 남편보다 훈련된 조산원이나 경험있는 여성이 함께 있어주는 것이 보다 출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보도했다.

산고(産苦)의 원인제공을 한 장본인인 남편에게 분만 고통을 분담시키는 것은 합리적으로 세계에 공통된 민속으로 정착해 내렸다. 유럽 피레네 산맥지방에서 남편은 입덧도 같이하고 분만 한 달 전부터 산고를 느끼면 대등한 고통으로 자기학대를 한다.

인도에서는 분만시 산모와 더불어 나뒹굴고 비명도 같이 지르며, 미국 서해안 인디언은 진통하는 동안 바다에 들어가 익사 시늉으로 고통공감을 한다. 이 같은 산고의 고통공감을 인류학에서 쿠바드라 한다.

옛 우리 상민사회에서는 아내가 진통한다는 전갈을 받으면 달려가 진통하는 아내의 두 팔을 등뒤에서 끌어 끼고 두 다리 감아 버티고서 아내로 하여금 마음놓고 힘을 쓰게 했다. 이렇게 내외가 고통공감으로 낳아야 아기가 병치레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았는데 남녀유별사상의 보편화로 고통공감에서 부부를 이간시킨 것이다.

 

아내가 진통하는 산실에 남편이 장지문종 뚫고 상투를 들여밀면 산모가 이 상투 쥐어 잡고 힘을 쓰며 아기낳는 풍습도 있었다. 잡아당기는 아픔으로 산고를 공감하는 차원 높은 쿠바드 문화다.
서북지방의 산간지방에 지붕지랄이라는 산고 분담의 민속도 있었는데 아내가 진통을 하면 남편은 그 지붕 위에 올라가 용마루 붙들고 나뒹굴며 비명을 지르는 것으로 고통을 공감했다.

쿠바드는 공동작품인 창조의 현장에 왜 아내만 괴로워야 하느냐의 반동이기도 하려니와 엄습하는 불안을 감소시키는 영(0)순위로 남편이 선택된 것이었을 게다. 여권 신장으로 부권(父權) 부권(夫權)의 약화가 심화하더니 이제 분만에 아내 안심시키는 데까지도 별볼일 없게 된 남편이다.

(이규태 kyouta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