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미 원주민 이설(異說)

bindol 2022. 10. 30. 16:30
조선일보 | 오피니언
 
[이규태코너] 미 원주민 이설(異說)
입력 2003.09.19 16:22:18 | 수정 2003.09.19 16:22:18

스페인 연구진들에 의해 미국에 처음으로 이주한 원주민은 동북 아시아계가 아닌 호주와 동남아계로 판명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여태까지는 1만3000여년 전 얼어붙어 연륙돼 있던 알래스카를 통해 동북 아시아계 인종이 미대륙에 건너가 남하한 것으로 돼 있었다. 더욱이 한국 문화와 흡사한 문화를 누린 미국 원주민이 보고되어 한민족과 뿌리가 같다는 설마저 대두되어 온 터라 이 원주민 이설이 관심을 끈다. 산타페의 뉴멕시코 박물관에는 미국 원주민의 민속을 그린 대형 그림들이 전시돼 있는데 그중 삼한(三韓)시대의 성인식 광경을 그대로 그린 그림을 만나 놀란 적이 있다. 문헌에 마한에서는 소년들이 집단생활을 하면서 관가를 짓는 데 등의 살을 뚫고 새끼를 꿰어 통나무를 끌고 비탈을 오른다 했는데 미국 원주민에게도 똑같은 성인(成人) 고행 관습이 있었음을 우연의 일치로 보기에는 무리가 간다. 중미 에콰도르 오타발로 인디오는 검은 머리 얼굴 생김새도 한국인과 같고 엉덩이에 몽골반점이 나 있는 것이며, 초가와 토담은 마치 한국 시골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했다. 흰옷을 상복하고 아기를 업어 기르며 옥수수로 막걸리와 똑같은 과정으로 술을 빚는다. 남존여비도 한국 못지않고 말도 동네를 리, 들판을 야라 하고 담뱃대를 답뽀떼, 예쁘다를 이쁘나로 발음한다 했다. 10여년 전에는 중국의 한 의학자가 중국인 90만명의 혈액과 아메리카 인디언의 혈액성분을 비교연구한 결과 HB카우스보타라는 희귀한 혈색소를 공유하고 있음을 밝혀내 동북 아시아계의 이주설에 쐐기를 박았었다. 19세기 말 미국의 인류학자 핼로크 박사는 중앙아메리카에 한국 이민들이 건설한 듯한 취락지의 유적들에 대해 언급하며 7세기 중엽 중국에 의한 한반도 침략으로 이를 피해 유민들이 배를 띄워 9주간에 걸친 항해 끝에 미 대륙에 도달, 식민시를 이룩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을 어느 외래민족이 선점(先占)했는가는 지금에 와 큰 의미가 없다. 여러 종족이 표류나 우연한 이동으로 정착 공존해 왔을 것이요, 이번에 확인된 호주와 동남 아시아계도 캘리포니아에서 태평양 쪽으로 가느다랗게 뻗친 반도에서 수집된 두개골로 확인된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다만 미국의 한민족 이주설을 체계적으로 확인하는 종합조사를 해보았으면 한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