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명상(瞑想) 산업

bindol 2022. 10. 31. 08:18

[이규태코너] 명상(瞑想) 산업

조선일보
입력 2003.09.17 16:09 | 수정 2003.09.17 16:10
 
 

고금의 학식을 담은 그릇이 크고 그 지식을 지혜로 농축 실용화하는 데 뛰어난 분으로 세조 때 재상 김수온(金守溫)을 든다.

그가 젊었을 때 성균관에 오가면서 하루에 책장 한 장을 찢어 소매 속에 넣고다니며 외워 한 질을 외우고 나면 책 한 권이 없어지곤 했다. 신숙주(申叔舟)가 임금이 내린 ‘고문선(古文選)’을 가보로 간직하고 있었는데 김수온이 빌리기를 간청하자 마지못해 빌려주었다.

돌려준다는 날을 넘겨 가져오지 않기에 마르냇가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아가 문을 열어보았더니 그 책이 쪽마다 찢기어 방 천장과 벽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었다. 누워서 외우느라 그러했다는 것이었다. 김수온은 곧잘 절에 올라가 불전에서 좌선을 하고 돌아오곤 했는데 머릿속에 잡다하게 구겨담은 지식을 가지런하게 가르고 가닥을 잡기 위해서라 했다.

그 후 조정에 들어가 국사가 난마(亂麻)처럼 흩어져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마다 김수온은 상사(上寺) 좌선을 하고 돌아와 명석한 판단으로 난세를 이끌어 유명하다.

그의 정치역량에 고금의 지식이 분석 종합되어 그 복잡다단한 처리를 도출하는 데 좌선이나 명상이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 된다. 좌선에는 종교나 논리나 과학을 초월, 사고력을 정리하고 새로운 발상을 재촉하는 직관(直觀)의 마력이 기생하고 있으며 그 체험을 김수온은 학문이나 정치에 활용한 선구자였다.

 

뇌에는 이성 감성을 관장하는 좌뇌 우뇌가 있으며 그 중간에 망상체(網狀體)로 된 간뇌(間腦)가 끼어 있어 외부자극을 전달하고 반응을 관장하는 전화교환대 구실을 한다. 전화가 폭주하면 교환대에 마비가 오듯이 업무에 열중하다 보면 적응하지 못하는 기억들로 간뇌도 마비돼 사고나 행동에 무리를 초래한다.

이 간뇌의 부적응 기억을 말소하는 방법으로 영화나 소설 음악에 눈물이 날 정도의 감동을 받거나 종교적 감동을 했을 때 회복된다고 한다. 그리고 빛이나 소리의 자극이 없는 공간에서 명상에 빠지거나 좌선을 해도 부적응 기억이 안개처럼 사라진다.

미국의 기업체 등에서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요가나 좌선 등 자기개발의 명상 산업이 60억달러 규모로 뜨고 있다는 특파원 리포트가 있었는데 동양회귀(東洋回歸)가 기업 활력에 깊숙이 침투해가는 문화현상으로 뒤돌아보게 한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