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다리의 심층심리

bindol 2022. 10. 30. 16:31

[이규태코너] 다리의 심층심리

조선일보
입력 2003.09.18 17:03
 
 
 
 

소설이나 영화 속의 다리는 단절의 상징이냐 상봉의 상징이냐로 대별할 수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다리가 유고작가 안드리치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드리나강의 다리」다.

이 다리를 두고 고대에는 로마와 게르만이 대결했고, 근세에는 오스트리아와 터키가, 근대에는 독일과 헝거리가 대결했고, 얼마 전까지는 종교와 민족이 다른 보스니아와 세르비아가 이 강을 두고 대결했었다. 이 다리 복판 난간에 구멍이 나 있는데 그 속에 검은 사나이가 살며 밤에는 꿈 속을 편력하고, 낮에는 요정으로 날아다니며 양 기슭에 사는 사람들에게 반목을 유발하고 다닌다는 전설이 있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워털루 브리지」「금지된 장난」등 명화 속의 다리들도 단절로 끝을 맺고 있으며 우리나라 휴전선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도 단절의 다리다.

하지만 한자의 다리(橋)를 풀어보면 높을 교(喬)와 나무 목(木)의 모둠글씨로 높은 곳에 있는 두 나무 사이를 잇는 연결의 의미가 진하다. 옛날 사녀들이 대보름날 다리밟기에서 눈이 맞고 잠을 못이루었듯이, 오작교에서 이도령과 춘향이 맺어지듯 소설 속에서 사랑이 결실을 맺는 곳으로 선호돼 내린 다리다.

 

무당굿에서 이승과 저승과의 사이에 명주 풀어 다리를 놓는 것이며, 우리 전통 꿈의 해석에서 다리를 보면 원하던 일이 호전하는 길몽으로 쳤던 것도 모두 단절과 격리에서 상봉과 결합을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1990년대에 1200만부가 팔렸던 세계적 베스트 셀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도 이 다리를 촬영하러 온 카메라맨과 유부녀인 농부(農婦)와의 상봉이 주제로서, 두 사랑을 결속시키는 상징적 역할을 한 다리였다.

다리 위를 복개한 이 지붕다리가 작년 이맘 때 방화로 불타버리더니, 소실한지 한 돌이 되는 일전에 다시 연쇄방화로 불탔다. 이는 분명히 정신분석이 개입해야 드러날 사이코 범죄로 사계 학자들이 수사에 동원되고 있다 한다.

외간남자와 놀아나는 아내의 남편을 뻐꾸기 남편이라고 하는데 급증하고 있는 한 뻐꾸기의 정신착란 방화인지, 유부녀를 사랑하다 실성한 자의 해코지인지, 유부녀의 부도덕적 사랑을 미화하는 세태에 대한 전통 청교도의 분노방화인지, 세계적 관광지로 이 다리가 뜨자 이를 질투한 인근 동업자의 시샘방화인지 모르겠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