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고구려인 기질
추석 연휴에 중국동포들의 노래자랑을 텔레비전으로 보았는데 노래자랑이 아니라 춤자랑이었다. 춤을 추기 위해 노래를 곁들였다는 편이 옳았다. 노래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빗속에서 비닐 우의 덮어쓴 수만 관중의 다수가 제자리에 일어서서 너울너울 춤들을 추었다. 연상되는 것이 중국 고대문헌들에 나오는 고구려 사람들의 낙천기질이다. ‘가무(歌舞)를 즐겨 밤만 되면 남녀가 어울려 춤추고 노래한다’(魏書)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천여년을 뒤돌아간 느낌이 들었던 노래자랑이었다. 백두산 가는 길에 차가 펑크가 나 수선하는 그 잠깐 동안에도 승객들이 춤추며 기다리는 것을 보았다. 연변의 갈비집에서 손님들이 줄줄이 좌석을 가로세로 돌며 춤추고 도는 것도 보았다.
시간적으로 물려받은 이 고구려의 낙천기질이 공간적으로 남하하여 한국인의 동질성에 불을 질러 한국인의 보편적 기질로 정착, 좁아지는 글로벌 사회에 한국인의 개성으로 부각되고 있다. 노래방은 일본이 발원지다. 일본이 뿌리인 데도 번성한 것은 한국에서다. 중국 음식집 없는 고을은 많아도 노래방 없는 고을은 없으며 세계 구석구석 수십 명의 한국인만 있으면 맨 먼저 생기는 것이 노래방이라고 들었다.
이 낙천기질의 뿌리에 대해 두 가지 설이 있다. 한국인의 심성은 무지개 시루떡처럼 중층(重層)구조를 하고 있는데 과학사상층 유교사상층 불교사상층 그리고 맨 밑이 고대 한국인을 사로잡았던 샤머니즘층으로 현대인의 잠재의식층에 살아 있으며 그것이 촉발되어 나타난 것이 신바람이요 나타나게 하는 수단이 가무(歌舞)라는 것이다. 천재 무용가 최승희는 자기 안에 작은 무당이 들어 있어 그무당이 시키는 대로 손발을 놀리는 것뿐이라 했으며 시인 서정주도 시상이 떠오른다는 것을 내 안에 무당이 발동하기 시작한다고 했음은 시사하는 바 있다. 둘째로 우리 사회가 정착사회였기로 정치적 사회적 도덕적 중압에 저항하기에는 벅찬 세상을 살아왔다. 무당들이 맺힌 원(怨)이나 한(恨) 살(煞)을 풀고자 살풀이 본풀이 씻김굿을 하듯 이 중압을 전이(轉移) 발산시키는 수단으로 가무를 즐기게 됐다는 것이다. 정치·경제적 중압이 끝바꿈하는 요즈음에도 그 압력을 약화시키는 고구려인 기질이 아닐 수 없다.
(이규태·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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