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어른아' 증후군

bindol 2022. 11. 1. 16:24

[이규태코너] '어른아' 증후군

 

조선일보
입력 2003.08.04 16:35
 
 
 
 

미국 동부에 살았던 아메리카 인디언인 이로쿠 어족은 50명의 추장협의체로 통치됐다. 그 추장들은 어머니들에 의해 선출되고 어머니들의 경고를 세 번 받으면 갈아치우는 등 모계정치로 연구대상이 돼왔다.

모권이 강하다 보니 자식들을 고생시키는 외적 막는 일보다 자식들 응석을 받아 하고 싶어하는 대로 놓아 길렀기에 몸집은 어른이면서 생각이나 하는 일은 어린애 같은 「어른아」를 양산했고, 그것이 이 인디언의 멸망요인으로 지적돼왔다.

한데 현대는 이 이로쿠 어족의 어른아화(化)를 뒤따르고 있다 해도 대과가 없다. 과거의 정부들은 옛날과 달리 의식주의 최저보장을 비롯, 의료나 어린이 노인부양 빈곤까지 도맡아야 한다. 마땅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인 금연이나 자동차 안전, 사고팔고 하는 물건값까지 정부가 조치해야 한다. 곧 국민을 어른아나 우민(愚民)으로 보고 과보호하고 있다.

아이들은 무턱대고 감싸는 어머니의 포용원리와 잘잘못을 맺고 끊는 아버지의 단절원리의 조화 속에 어른이 되는 데 모성원리만이 비대하고 부성원리의 위축 속에 자란 현대인은 어른아로 성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실존심리학자 케일리 박사는 이 어른아 증후군으로 무책임·불안·고독을 들었다. 과보호 속에 자랐기에 매사에 무책임해지며 자기위주로 자랐기에 남과의 관계 덕목에 등한한 데다 근로의 가치를 모른 채 사회에 내던져졌기로 당하는 일마다 자신이 없고 불안해진다. 그래서 어른이 되고 싶지 않고 어린이로 남고 싶은 피터팬 신드롬이 만연하고 키드(어린이)와 어덜트(어른)의 합성어인 키덜트 증후군이 맹위를 떨치게 된다.

 

옛날과는 달리 어른아는 구매력이 있기에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 불황 속에 열기를 띠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로봇·모델 자동차·인형 등 어린이 용품들이 20~30대가 주고객으로 불티나고 어린이 옷에나 붙어 있을 만화 캐릭터의 어른옷도 날개 돋치고 어린이 상대의 연극이나 뮤지컬의 자리를 메우는 것은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아라는 것이다.

어른아 패션, 어른아 헤어스타일, 어른아 보이스, 어른아 워크, 어른아 화장, 어른아 스마일까지 앳되어 가고 있다는 작금이다. 앞으로의 표밭으로 이로쿠 어족 같은 이전에 없던 새 경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규태·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