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향토문화대전

bindol 2022. 11. 1. 16:27

[이규태코너] 향토문화대전

조선일보
입력 2003.08.01 16:27
 
 
 
 

조선 팔도 360고을의 모든 것을 한책에 모아 정리한 향토문화의 집대성이 성종때 어명으로 편찬한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이요, 중종때 그간에 달라진 것을 보완한 것이 ‘신증(新增)동국여지승람’이다.

이것은 조선왕조가 이룩한 역사적 문화사업의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사업이다. 이 기록이 없었던들 한국의 지방문화는 절멸했다 해도 대과가 없었을 이 사업은 각 고을의 내력, 살고 있는 성씨, 그 고을 풍속, 산천경관의 내력과 명사가 읊은 시, 특산품, 정자, 학교, 역원(驛院), 절, 사당, 명인의 무덤, 삼국시대 이래의 배출한 명사, 효자 열녀에 이르기까지 망라한 향토문화 콘텐츠였다.

세상이 느리게 변하는 옛날일지라도 100년에 한 번씩은 증보를 해야 누락없이 기록되어 전승이 될 터이요, 10년이 100년 변하는 것보다 더 급변하는 근대에 들어서는 10년에 한 번 증보를 해도 사라지는 것들이 많을 텐데 겨우 단 한 번만의 증보로 가공할 문화말살을 자행해왔다.

보도된 바로 정신문화연구원은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그 첫 사업으로서 10년 계획으로 1200억원을 들여 신판 한국여지승람인 향토문화대전 편찬에 착수한다 했는데 이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과 더불어 역사에 평가받을 동연구원의 양대사업이다.

 

돌이켜보면 일제말 고유문화를 야금야금 말살해들었던 1938년 조선일보는 목졸려 죽어가는 민족문화를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사명으로 조선 향토문화조사사업에 착수했었다.

‘신동국여지승람’ 사업으로 속칭됐던 이 사업에는 홍명희(洪命熹) 손진태(孫晋泰) 오세창(吳世昌) 권덕규(權悳奎) 문일평(文一平) 김도태(金道泰) 최현배(崔鉉培) 이여성(李如星) 권상로(權相老) 고유섭(高裕燮) 송석하(宋錫夏) 황의돈(黃義敦) 이은상(李殷相) 등 내로라하는 한국학자 26명을 총망라, 각 도별 책임조사원을 두고 그 실적을 ‘향토문화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대연재를 한 것이다. 한데 황의돈 집필의 평북편이 진행되는 동안 총독부의 압력을 버티다 못해 중단되고 말았었다.

이 향토문화대전이 공간적 한국학 콘텐츠 사업이라면 시간적 한국학 콘텐츠 사업은 고금의 모든 문헌을 총집성해 활용하기 쉽게 하는 분류사업일 것이다. 한국학연구원이 해야 할 또 하나의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규태·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