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라이벌 죽이기

bindol 2022. 11. 1. 16:28

[이규태코너] 라이벌 죽이기

조선일보
입력 2003.07.31 16:14
 
 
 
 

후세인의 두 아들 사살 이후 집권시절의 이들 횡포에 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 장남인 우다이의 라이벌 처치 이야기들은 엽기적이다.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에 의하면 우다이는 자기가 죽이고 싶은 사람을 처치하기 위해 비밀 망나니를 고용했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은 우다이가 좋아하는 여인과 사랑을 경쟁하는 두 젊은이를 잡아다가 우다이의 개인농장 사자 우리에 몰아 넣었다고 말했다. 사자가 단숨에 한 젊은이의 머리를 물고 흔들어 몸으로부터 이탈시키는 것을 보았다 했다.

사랑의 라이벌 죽이기로 역사에서 기억되는 것은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황후인 여후(呂后)다. 호색인 유방은 나이든 여후를 돌보지 않고 젊고 아름다운 척부인(戚夫人)에 빠져 그녀와의 사이에 낳은 여의(如意)를 조왕(趙王)에 삼기까지 했다.

유방이 죽자 질투에 타오르고 있던 여후는 척부인을 잡아놓고 손발을 차례로 자르게 하고 코를 발라 뒤집고 두 눈알을 도려 빼게 하여 반죽음시킨 다음 분통(糞桶)에 넣어 사육하게 했다. 그리고 그녀가 낳은 황제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기구하게 생긴 체인( 人)이라는 괴물을 구경시켜 준다면서 데려갔다. 그러고서 “황제가 오셨다 짖어보렴!” 하고 웃어댔다. 이를 안 황제는 사람이 할 짓 아니라면서 그 충격으로 몸져누워 그 길로 죽어갔다.

 

잔인한 라이벌 죽이기에는 중국 유일한 여황제 측천무후(則天武后)를 들 수 있다. 당 고종(高宗)의 후궁으로 있을 때 자신이 낳은 딸을 죽이고 라이벌인 왕황후(王皇后)와 숙비(肅妃)가 죽였다고 모함, 이 두 라이벌의 사지를 촌단 술독에 담가 죽였다.

그렇게 죽이고도 왕황후의 친정 성(姓)을 구렁이 망( )가로, 숙비의 친정 성을 부엉이 효(梟)가로 개성시켰다. 왕황후가 죽으면서 “내세에 너는 쥐로 태어나고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 너의 목을 물어 죽일 것이다” 했다. 측천무후는 이 원령(怨靈)에 시달려 궁중에 고양이 기르는 것을 금했고 그녀의 사당인 황택사에서도 고양이를 기르지 않는 것이 법통일 뿐 아니라 이 절에 드는 불경에서 고양이 묘(猫)자는 모조리 삭제시켰다고 들었다.

라이벌 죽이기는 정치가의 속성으로 고금이 다르지 않다. 수용해서 승화시키면 명군이요, 대들어 수렁에 빠지면 악군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