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연꽃 놀이
옛 조상들의 삼복 중 여름 놀이는 연못가에 가 연꽃 구경하는 일로 집약됐었다.
수렁 밭에서 티끌 하나 없이 피어나는 연꽃을 봄으로써 세속에 오염된 마음을 씻는다 하여 세심(洗心) 놀이라고도 했다. 밤에는 금남의 여인천하가 되는데 연꽃에 빌면 금실이 좋아지고 아들을 많이 낳을 뿐 아니라 낳은 아기가 장수하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연꽃은 한 꽃받침에 두 꽃송이가 피어나기에 좋은 금실을, 연밥에 씨가 많아 다산을, 그리고 연밥의 씨는 수백년 생명을 유지한다 하여 장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알았다. 더러는 연꽃의 연(蓮)이 사랑할 연(戀)과 음이 같고 연의 다른 이름인 하(荷)가 중국발음으로 화(和)와 음이 같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한양 동·서·남 삼대문 밖에는 연못이 있었는데 그 어느 연못의 연꽃이 성하느냐로 동인 서인 남인 사색당파의 성쇠를 가늠했으며 어느 해인가 남대문 앞 남지(南池)의 연꽃이 무성한 것을 보고 남인이 득세할 것을 불안하게 여긴 집권당파에서 이 연못을 파 없애버리기까지 했다.
서대문 밖 독립문 인근의 서지(西池)는 풍류객의 여름 집산지로 유명하다. 정약용(丁若鏞)이 멤버인 죽란시사(竹欄詩社)의 여름 집회도 서지에서 있었다.
선비들은 이 연못 정자에 줄지어 앉아 하심주(荷心酒)를 돌려 마시는 풍류를 즐겼었다. 상비주(象鼻酒)라기도 하는 이 돌림술의 술잔은 연잎을 그릇처럼 오목하게 둘러싸 술을 담고 구멍이 뚫린 연대를 빨아 돌려 마신다 하여 코끼리 콧잔술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그로써 연꽃처럼 세속에 때묻지 않는 일심동체를 다졌었다.
연꽃 필 때 나는 개화성(開花 )을 듣는 멋도 있었다. 동트기 전 이른 새벽에 낚배를 타고 연꽃 사이에 들어가 숨을 죽인다. 먼동이 틀 무렵 연꽃이 꽃잎을 틔울 때 퍽! 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핀다. 여기저기에서 나는 그 개화성을 듣는… 이만한 풍류가 이 세상 어느 나라에 또 있었던가 묻고 싶다.
7~8월은 연꽃이 만개하는 철로 연꽃 축제가 경향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산 인취사의 백련시사(白蓮詩社), 천안의 세계 연꽃축제, 전주의 덕진 연꽃예술제, 무안 연꽃축제, 남양주 봉선사, 강화 선원사, 김제 청운사, 서울 봉원사의 연꽃축제가 세심을 기다리고 있어 전통 여가 이용의 부활로 특기하고자 한다.
(kyoutaelee@chosun.com)
'이규태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규태코너] 「실버」쓰지않기 (0) | 2022.11.01 |
---|---|
[이규태코너] 아름다운 철도원 (0) | 2022.11.01 |
[이규태코너] 수퍼 사랑의 모약 (0) | 2022.11.01 |
[이규태코너] 라이벌 죽이기 (0) | 2022.11.01 |
[이규태코너] 향토문화대전 (0) | 2022.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