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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천지 괴물

bindol 2022. 11. 2. 05:58

[이규태코너] 천지 괴물

조선일보
입력 2003.07.16 17:34
 
 
 
 

백두산에는 세 가지 괴물이 있는 것으로 구전돼 내렸다.

그 하나는 당나라 임금들이 그 가죽 갖기를 원했다는 화서(火鼠)다. 화산인 백두산에는 불구덩이 속에 사는 쥐처럼 생긴 괴물이 있었으며 그 모피로 옷을 지어 입으면 불 속에서도 타지도 데지도 않는다 했다.

다른 한 괴물은 온몸에 털이 난 사람으로 짐승처럼 네발로 나무를 타고 토굴에서 사는 모인(毛人)이다. 흉년에 함경도에서 산에 들었다가 눈에 갇혀 야생화한 모녀(毛女)에 관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야생인간이 백두산 괴물의 하나였다.

그 세 번째 괴물이 천지에 이따금 출몰하는 괴수다. 10년 전에도 천지에 네스호의 괴물 같은 괴수가 수면에 솟아 움직이다 사라졌다는 목격담이 AFP통신에 보도되더니 지난주에도 한 마리에서 20마리까지 간헐적으로 최장 50분 동안 움직였다는 당지 산림청 간부 일행들의 목격담이 중국 관영통신에 보도되었다.

옛 중국문헌들에도 괴물은 자주 등장했다. 청나라 강희제 연간에 사냥꾼 넷이 천지변 조오대(釣鰲臺)에서 괴물이 목을 내미는 것을 보았는데 황금색으로 물동이만한 모난 머리에 뿔이 돋아 있고 긴 목에 돌기가 나 있었다 했다. 겁이 나 돌아서 도망치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괴성이 나 돌아보았더니 괴물이 사라지고 없었다 했다.

 

이 괴성은 천지 백 리 밖에서도 자주 들렸기로 천지 아래 용궁이 있어 그 용궁의 북소리로 구전돼 내리기도 했다. 광서(光緖)6년 5월에도 유복(兪福) 등 6명이 수면에 물소만한 괴물이 머리를 들고 포효하는 소리를 들었다 했으며 천지 북쪽 끝에 있는 천활봉(天豁峯) 중턱 벼랑에 동굴이 있는데 커다란 이무기처럼 생긴 괴물이 드나드는 것을 보았다는 기록도 있다.

백두산 산중 민속에 삼월 삼짇날을 전후하여 천지가에 올라 막을 치고 밤을 새우는 민속이 있었다. 밤중에 마치 바다에 해가 떠오르듯 환한 빛을 내며 괴물이 떠올랐다 가라앉기를 세 번 하는 것을 본 다음 천지 물에 몸을 적시면 장수한다고 알았던 것이다.

이 괴물을 두고 천지의 바닥이 바다와 통하고 있어 바닷물이 들어 솟을 때 생기는 물기둥으로, 해안(海眼)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관광자원으로 값을 올리려면 괴물은 자주 나타나고 정체는 밝혀지지 말아야 하는 그 궤적을 천지 괴물이 가고 있는 것이다.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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