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황새 탄생
4년 전 일본에서 멸종돼 가고 있는 따오기 새끼 한 마리 인공 부화시킨
것을 두고 온 일본열도가 달아올랐던 일이 생각난다. 신문과 텔레비전이
매일 매 시간 머리기사로 다루고 알 속에서 알껍데기 쪼는 소리부터
깨어나기까지 전 과정과 먹이의 메뉴까지 상세히 보도했었다.
일왕(日王)이 이례적으로 나라의 경사라고 성명을 냈고, 정부에서는 이
따오기 이름을 온 국민으로부터 공모까지 하여 너무 호들갑스럽다는
국제여론마저 없지 않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으로 600마리밖에
없다는, 따오기 못지않은 멸종 희귀조 황새를 인공이 아닌 자연
부화시켰는데도 아는 사람이 별반 없다. 사라져가는 자연에 대한
관심도가 비교가 되고 새만금사업이 자연파괴라고 그렇게 달아올랐던
것과도 비교된다.
고대문헌인 '금경(禽經)'에 황새는 새끼 세 마리를 낳는데 한 마리는
황새, 한 마리는 따오기, 한 마리는 두루미가 된다 했다. 이 새들은
이름만 다를 뿐 생김새나 습성이나 품격까지도 서로 닮았으며, 오염된
자연환경에 저항하다 멸종되어 인공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까지도
흡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30여년 전 음성에 짝 잃은 과부 황새가 12년
동안 수절하고 살다가 둥지 트고 살던 집 주인이 앓아눕자 먹이를
거부하고 죽어간 것이 마지막 자연산 황새가 되었다. 한국교원대학에서는
황새 복원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독일 황새, 러시아 황새, 일본 황새를
들여와 인공 부화시켜 자연 순응을 시켜왔는데 지난주에 자연상태에서
번식에 성공한 것이다.
'황새 결송'이라는 고소설도 있듯 황새의 부활은 우리 문화나 역사에
비중이 커 그 뜻에 무게가 더 실린다. 황새가 둥지 틀고 살다가 떠나가면
그 집에 불효나 부정(不貞), 부도덕한 일이 벌어진 것으로 가늠했을 만큼
체제적 새였다. 나들이도 항상 아베크요, 제 짝이 앓으면 산삼을 물어다
먹인다는 속전이 있어 발견하는 족족 황새 둥지를 해쳐 멸종을
가속시켰던 것이다. 다른 새와도 친화력이 강해 옛 관아에서 친목을 위해
한잔 술 돌려마시는 음례(飮禮) 때 쓰는 대형술잔을 관란배( 卵杯), 곧
황새알잔이라 했을 정도다. 그래서 황새 실종은 문란한 도덕의 풍토에
대한 생리적 거부요, 항의였다. 그 황새가 돌아왔다. 좀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도 될 만하지 않은가.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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