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廣橋 다리밟기
오늘 청계천 복구 기공식 사전 행사로 고가도로 입구 광교에서 베풀어져 내렸던 다리밟기 민속을 재현한다. 연중 담안에 갇혀 살면서 나들이한다 해야 얼굴을 가리는 장옷을 입어야 했던 부녀자들에게 연중 단 하룻밤 해방되고, 남녀 유별의 칸막이를 거두는 신나는 행사가 정월 대보름날 밤의 다리밟기다. 제도적으로 보장된 자유분방한 시한(時限) 공간인지라 이를 읊은 시도 비일비재하다. 「장안이 갑자기 떠들썩하여 수상히 여겼더니/오늘밤이 다리밟기라/달이 한길 위에 떠오르자/부르고 따르는 노랫소리 요란하다」(金昌業)했고, 아리랑 후렴에서도 「달 보라고 내보냈더니/님만 보고 돌아오네」했다.
비교민속학에서 부녀자들이 무리지어 나와 다리를 밟음으로써 100가지 병을 쫓는다는 주백병(走百病)과 액운을 다스린다는 도액(度厄)의 중국 풍습이 전래된 것이라는 설이 있고, 고려조 이래 조선조 초까지 성했던 대보름날 밤의 연등놀이가 불교 억제정책으로 변질된 것이라는 설도있다. 이와는 아랑곳없이 음양설에 뿌리둔 달과 여인의 생식력과는 상보(相補)한다는 사상과 밀접하다고도 본다. 연중 가장 크고 정기가 왕성하다는 대보름날 밤에 달의 정기를 흡입함으로써 아이 잘 낳고 많이 낳을 음력(陰力)을 얻을 수 있을것으로 알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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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손해볼 일을 저지르는 여인을 두고 「대보름날 개 밥주는 년」이라는 말이 있다. 월식(月蝕)을 개가 달을 먹어들기때문이라는 말도 있듯이 개와 달은 상극(相剋)이다. 대보름날 개에게 밥을 준다는 것은 기운을 얻어 그 소중한 달 기운을 소모시키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궁중에서 임금에게 찍힌 궁녀는 흡월정(吸月精)이라 하여 대보름날 달 기운을 들여마시는 고된 호흡운동을 해야 했다. 그래야 용손(龍孫)을 본다 하여 기절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한다.
이날 삼현육각(三絃六角)을 잡고 무동(舞童)을 세우며 다리마다 축제가 벌어지는 바람에 풍기가 문란하여 단속하기도 했었다. 그리하여 대보름날 밤은 양반답교라 하여 양반들만 나오고 전날 밤은 서민들, 이튿날은 부녀자들로 갈라 다리를 밟게 했었다. 이렇게 신나게 다리를 밟다가 흥이 절정에 이르면 입고 있던 저고리 동정(襟)을 뜯어 엽전을 싸 다리 밑으로 던졌다. 못 사는 사람에게 베풂으로써 연수(延壽)까지 겸했던 다리밟기였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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