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코끼리와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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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코끼리 10마리가 인천 국제공항에 공수됐다. 태국 방콕에서
떠나온 이 코끼리들은 특수 컨테이너 10개에 갇혀 한국 땅에 발을 디딘
것이다. 한반도에는 없는 이 코끼리가 처음 선보인 것은 조선조
태종11년(1411)으로 590여년 전 일이다. 일본에 처음 들어온 검은색의
코끼리를 조선에 바친 것이다. 남만(南蠻)인 파렘방, 곧 구항국( 港國)의
국왕이 수교목적으로 일본 장군 아시카가(足利義持)에게 보낸 선물인데
때마침 전 장군이 죽어 일본은 국상(國喪) 중이었다. 불교에서 숭상되는
백상(白象)이 아니라 검은 코끼리라는 것과 전 장군이 불교에 심취하여
조선에 있는 고려 대장경을 들여오는 것을 소원했기로 이 코끼리를
보내고 대장경을 얻어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조선왕조실록 태종11년 2월의 기록에 "일본국왕(장군을 외교문서에는
국왕으로 표시했다)이 코끼리 한 마리를 바쳤다. 우리나라에는 처음이다.
사복시(司僕寺)에서 기르게 했는데 하루에 콩을 4~5말씩을 먹는다"
했다. 그 이듬해에 이를 구경하던 이우(李 )라는 이가 추하게 생겼다고
비웃으며 침을 뱉었더니, 성난 이 코끼리가 코로 말아 땅에 쳐 죽이는
이변이 생겼다. 이에 정승 유정현을 재판장으로 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 형사재판이 벌어진 것이다. 재판에서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법을 적용하고 임금이 진수(珍獸)를 좋아하면 국익을 위해 좋지
않으며 1년에 수백 섬의 곡물을 없애는 이 코끼리를 사형에 처해야 하나
임금의 짐승 사랑이 지극하시어 감일등(減一等), 섬에 추방하는 것이
마땅한 것으로 아뢰자 임금은 웃으며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리하여 한국
최초의 이 코끼리는 지금의 소록도인 노루섬에 유배를 당한 것이다.
그 후 전라감사로부터 이 유형(流刑) 코끼리가 물과 풀을 먹지 않고,
사람만 보면 슬피 울고, 눈물을 흘린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태종은
짐승이라도 멀리 고향을 떠나 사니 그러할 만하다고 육지에 내어 기르게
했는데 워낙 대식이라 비용을 감당하기 벅차다 하여
전라·경상·충청도에 돌려가며 기르게 했다. 그 후 공주에서 하인 하나
죽였다는 기록을 마지막으로 실록에서 증발했다. 동물을 둔 조상들의
휴머니즘을 역사에 아로새긴 한국 땅의 코끼리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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