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뻐꾹새 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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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소리 처량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뻐꾹새인데 이 새에 대한 동서
이미지는 한결같이 좋지않다. 중국에서는 뻐꾹새 울음소리를
'꾸어다싸치 이빠이빠꼬'로 듣는다. 이 말을 풀어보면 곽(郭)이라는
사나이가 그의 첩을 때려죽였는데(몇 번이나 때렸느냐) '이빠이빠꼬'
곧 108번이나 때렸다고 운다는 것이다. 호(胡)뻐꾸기는 와이프 비팅의
사회상을 대변하며 운다. 왜(倭)뻐꾸기의 울음은 일본사람들의 별명처럼
이코노믹 애니멀식으로 운다. 곧 '뎃벤 가께다까 뎃벤가계다까(天
掛高)'로 하늘 끝까지 올라도 끝없이 오르려한다는 경제적 욕망을 빗댄
왜뻐꾸기다.
이에 비해 한국 뻐꾹새는 '포복 포복(飽腹)'하고 운다고 들었다.
전설에, 장님인 형을 위해 아우는 산에 가 마를 캐다 큰 것만을 골라
형을 먹이고 자신은 잔챙이만을 골라 먹었는데도 보지 못하는 형은
오해를 하고 아우를 죽여버린다. 그 후 아우의 진심을 알게 된 형은
후회하며 살다가 죽어 뻐꾹새가 되어 마가 익는 오뉴월만 되면 마를 캐어
배부르게 해주마하는 '포복포복'하고 운다는 것이다. 못 먹고 살아온
비원(悲願)을 뻐꾹새 울음에 투사한 것이다.
간통하고 있는 부정한 아내를 가진 사나이를 영어로
뻐꾸기(cuckold·컥컬드)라 하는데 양뻐꾸기의 울음을 '쿡쿠 쿡쿠'로
듣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뻐꾸기 콤플렉스 곧 의처증을 가진
오셀로로 하여금 '이 세상에 나는 뻐꾸기가 아니라고 큰소리칠 어떤
사나이가 있다는 말인가'라고 외치게 하고 있다. 이 양뻐꾸기 이미지는
뻐꾹새의 탁란(托卵) 습성을 알고서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다. 왜냐면
뻐꾹새는 스스로가 살 둥지를 짓지 않고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얌체
산란을 한다. 알을 남의 둥지에 맡겨 품게 한다 하여 탁란(托卵)이라
하는데 주로 알의 크기나 색깔이 같은 꾀꼬리 둥지를 찾아 알을 낳아
놓는다. 심성이 좋은 꾀꼬리는 제 알인 줄 알고 품으면 꾀꼬리 알보다
뻐꾸기 알이 먼저 깨어 꾀꼬리 알들을 굴려 둥지 밖으로 떠밀어 깨뜨려
버린다. 이렇게 남의 둥지를 차지한 뻐꾸기 새끼는 날 수 있을 때까지
자라다가 어느 날 어미를 따라 날아가 버린다. 지금 뻐꾸기 철에
정가에도 신당파와 구당파 간에 둥지 차지를 두고 뻐꾸기니 아니니
뻐꾸기 소리가 들려와 그 생리를 살펴보았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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