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중국의 김치선풍
중국에 김치 특수가 일어나고 있다. 사스가 사그라지면서 한국김치
수요가 기하급수로 늘어나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 김치가 동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사람 앞에 사스가 맥을 못춘 이유로
한국사람이 상식하는 김치 때문으로 귀결시킨 것일 게다. 김치가 사스
예방에 힘을 발휘했다면 다행이요, 그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괄목할
만한 문화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인도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산길을 티베트 로드라 한다. 그 길목
타카리족의 한 찻집에 들렀더니 소금에 절인 배추를 내놓으면서
「지」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전라도 전역에서 김치를 「지」라 한 것에
문화적 연결을 직감할 수 있었다. 김치의 뿌리는 중국 고대의 지(漬)나
지우(菹)에 귀결된다. 소금에 절인 야채, 곧 지우문화가 티베트 로드를
따라 히말라야를 넘고 다른 한가닥이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까지 옮겨간
것이다. 1600년대 초반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이 지우(菹)와
합작, 김치라는 위대한 창조를 한다. 수년 전 영국 옵서버지(誌)에
김치의 3대 마력(魔力)에 대해 언급한 것이 생각난다. 야채를 소금에
절이면 풀이 죽는데 발효의 마술을 거친 김치는 야채의 신선도와 촉감을
유지시킨다는 것이 그 하나요, 같은 소금에 절인 식품인 서양의 피클이나
중국의 지우(菹) 일본의 오싱코에서 맛볼 수 없는 감칠맛, 곧 아미노산
맛을 나게 한 것이 그 둘이며, 야채의 결함인 저장 한계를 발효로
연장시킨 것이 그 셋이다. 이제 사스 같은 신종 바이러스에 항균력이
입증된다면 네번째의 마력이 될 것이다.
벨기에 시골 수퍼에서 김치 팔고 있는 것을 보았다. 케냐 야생공원
식당에서 청하면 김치가 나왔다. 유엔 식당에 고정 메뉴로 올라있으며
이미 LA올림픽부터 국제대회의 공식메뉴이기도 하고 한국 아닌 외국을
오가는 여객기의 기내식으로도 자리잡아가고 있다. 70대에 에베레스트에
올라 각광을 받은 일본 노등산가는 김치찌개로 체온과 체력을 보존했다고
했다. 야채를 날로 먹는 1차원 미각시대에서 야채에 소스를 쳐먹는 2차원
미각시대를 거쳐 야채를 발효시켜먹는 3차원 미각시대의 첨단이 김치다.
이제 김치는 중국사람들의 유성(油性)미각에서 3차원 발효미각으로 가는
문화징검다리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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