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지참금 파동
인도에 스물한 살 난 사르마라는 처녀가 여권(女權)의 우상으로 뜨고
있다. 인도의 유구한 악폐인 신랑집의 과도한 지참금 요구를 거절하고
신랑을 경찰에 고발한 것을 횃불로 하여 지금 인도에서는 지참금 거부의
여권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한다. 한 집 연간수입의 5배나
되는 지참금 관습은 법으로 금한 지 오래지만, 그 때문에 살해되거나
자살한 여인 수가 작년만 해도 7000명을 넘고 금지법 어긴 시어머니들로
감옥은 만원이라 한다.
남녀의 성비(性比)에 있어 여자가 희소한 지역에서는 남자가 장가가는 데
막대한 지참금이 요구되었다. 고구려는 역학적으로 성비를 8대2로
합리화했을 만큼 여자가 희소했다. 그래서 형제가 한 아내와 사는
일처다부제의 기록도 있고, 고구려 옛 땅에서 일어난 청나라가 병자호란
때 생산력 있는 여인만을 납치해 간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고구려에서 신랑은 돈 꾸러미와 베를 들고 신부집 문전에 꿇어앉아
들여줄 것을 애걸한다. 그 지참금을 확인하고 뒤란에 지은 사위집( 屋)에
들이는데, 노동을 수년간 제공하고 아기가 걸어다닐 무렵이 돼야 처가
노동에서 해방되었다. 이와 반대로 희랍에서는 5세기에 걸친 지루한
전쟁으로 여다남소(女多男少)가 좀체로 균형 잡히질 않아 신부 지참금이
적어야 자동차 한 대요, 보통 집한 채, 배 한 척, 별장, 포도밭이
상식이다. 이 지참금은 남편이나 시집 소유가 되지 않고 이혼하거나
죽으면 되돌아오는 재물이긴 하지만 허리가 휜다.
이 여자 지참금이 가혹한 나라 가운데 하나가 인도다. 속칭 십기(十忌)라
하여 바라문 계급에서 신부 고르는 데 열 가지 기피가 관습화돼 있어
이를 무마하려는 저의에서 지참금이 오르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계급이 다르면 안 되고, 가문에 아들이 없으면 안 되고, 바라문 성전인
'베다'를 읽지 않으면 안 되고, 몸에 털이 없어도 안 되고, 억세도 안
되며, 붉은 머리도 안 되고, 눈에 핏발이 서도 안 되며, 말아 많아도
결격이요, 가족에게 고질병이 있어도 결혼조건에서 소외받았다.
근대화하면서 신랑의 학벌이나 장래성이 지참금을 올리고 있으며, 벵골의
대학 출신이면 상승곡선이 가팔라진다. 남편 죽으면 따라 죽어야 하는
사티(殉死) 반대 운동이 엊그제 같더니 인도에서의 여권은 까도 까도
알맹이가 나타나지 않는 양파이런가.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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