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탈 권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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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는 권력에서 파생하는 위력으로 악용한 만큼 민심이 이탈하고
벗어난 만큼 결집한다. 그래서 정치가는 권위를 어떻게 처리했는가로
역사적인 평가를 받는다. 조선조 성종은 권위 처리를 둔 이상적
임금이었다. 당시 임금의 외숙이 수입 목재로 정자를 지었다는 풍문을
확인한 성종은 동기간인 대비가 구명을 청탁할 것을 피하여 궁을 옮겨
베어 죽이고 환궁했다. 백성에게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에 이처럼
강력한 권위 행사를 했으면서도 비위만 맞추고 칭찬만 하는 언로(言路)에
불만을 표출, 모든 관아에 각각 붓 40자루와 먹 20개를 내려 이로써
임금의 과실을 수시로 써 올리라며 권위와 격식 파괴를 했다. 선조 때
정승 이항복이 집에 돌아오는데 길 비키는 군사가 한 여인을 쓰러뜨린
일이 있었다. 이 여인이 정승 집까지 뒤따라와 머리 흰 늙은 것이 종들을
풀어 길 가는 사람 밀쳐 쓰러뜨렸다느니 가진 욕설을 퍼부어댔다. 이에
왜 내쫓거나 잡아들이지 않고 당하고만 계시느냐 하자 내가 먼저 잘못한
것이니 욕설하는 것으로 분을 풀게 둬야 하는 것이요 했다. 사람이
클수록 탈권위는 이처럼 인간적으로 표출된다.
만난을 물리치고 낙후한 러시아를 유럽 선진 대열에 올려놓은 것은
표트르 황제의 막강한 권위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2미터 거구인 이 황제는 걸음이 빨라 행동을 억제하는 수행원을 따돌리고
백성들과 접하는 격식 파괴를 했다. 손수 14가지 기능을 익혀 길 가다가
백성의 문짝이나 의자를 고쳐주고 다녔으며 수도 건설 때는 지금도
보존돼 있는 움막집에 기거하면서 망치와 톱을 들고 인부 틈에 끼는 권위
파괴를 했다. 우리나라 정치가들은 백성과의 사이를 좁히는 탈권위를
과시할 필요가 있을 때만 시장에 가 생선 아줌마의 손을 잡고 신문방송을
의식한 지하철 타기를 일삼지만 육십 노구의 영국 국무총리 맥도널드는
지하철에 흔들리면서 출퇴근했다. 백악관의 링컨은 신발은 반드시 자기가
닦아 신었고―.
탈권위주의는 전시 효과나 그 자리에 있으면 그러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대담하게 벗어나 확고한 소신과 솔직한 인간 표출로 국민과 교감이 돼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탈권위주의의 노 대통령과 권위를 추스르는
주변과 갈등이 있다 하여 탈권위주의의 진정한 위상을 역사에서 잡아
보았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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