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쇠약해가는 보리수

bindol 2022. 11. 2. 07:54

[이규태 코너] 쇠약해가는 보리수

조선일보
입력 2003.05.25 19:26
 
 
 
 


인도 비하르지방에 집결돼있는 부처님 성지를 순례하는 사람들은 순례의
증명으로 세 가지 성부(聖符)를 구해들고 오는 것이 관례다. 그 하나는
부처님이 그 나무 아래에서 깨우쳤다는 부다가야의 성도(成道)성지의
보리수(菩提樹) 나뭇잎이 그 하나요, 부처님이 열반하실 때 그 나무 아래
누웠다는 열반성지의 쌍사라수(雙沙羅樹) 나뭇잎이 그 둘이며, 부처님의
시신을 화장한 다비(茶毘)성지의 다비토(土)가 그 셋이다. 이 세 성부를
품고 죽으면 극락왕생한다하여 워낙 유구한 역사시기에 그 많은
순례자들에 의해 훼손되어 이를 둔 경비가 삼엄했으며 그 성지 인근에 이
엽토(葉土)들이 밀매되고 있음을 보았다. 세계 보호유산인 성도성지의
보리수가 이렇게 훼손된 데다 신도들이 이 나무에 밤새워 등명을 밝혀
열과 조명으로 잠 못 이루게하고 분향으로 매연에 시달리게 한 것이
원인이 되어 작년 여름부터 잎에 반점이 늘어나고 해충이 만연하는가하면
싱싱한 기운이 사라지는 쇠약기미가 완연해져 비상 보호에 나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신앙공해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의 보리수는 원 보리수의 손자나무다. 불도에 들기 이전의 아쇼카
왕은 이 보리수를 잘라 시바신의 제화(祭火)로 태워버렸고 그 잿더미에서
아들나무가 자랐을 때는 아쇼카 왕은 불교에 귀의한 후였기로 이
아들나무에 우유를 부어 기르고, 신라의 혜초(慧超) 스님이 이곳에
들렀을 때는 이 아들나무 보호를 위해 둘레에 성을 쌓아놓은 것을
보았다. 그후 다시 샨샤카 왕이 이 보리수를 베고 독즙을 부어 독살시킨
것을 1863년 영국의 커닝엄 장군이 이 성지를 복구하면서 옮겨심은 것이
오늘의 보리수로, 바로 손자나무인 셈이다.

원래의 뿌리에서 돋아난 나무를 옮겨 심었다는 설도 있으나 실론에 있는
형제 보리수 가지를 꺾어 옮겨심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형제나무는
불심이 돈독했던 아쇼카 왕의 누이가 원 보리수의 남쪽가지를 꺾어다가
실론에 옮겨 심었던 보리수다. 부처님의 성도시절에는 100척이던 것이
지금은 70여척으로 다섯 가지로 뻗은 우람한 거목이 돼있다.
비하르지방에서 통용되는 욕말에 '샨샤캬!'라는 게 있는데 바로 이
보리수를 파괴한 이교의 왕 이름이다. 그렇다면 보리수를 쇠약케하는
극성스런 신앙공해는 신종 샨샤카랄 수 있다.

(이규태·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