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대통령과 삼계탕
존슨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면서 주방장과 갈등이 생겼다. 주방장은
프랑스 정통요리 솜씨를 인정받아 전임 케네디 대통령에게 고용되었던
프랑스 사람이다. 프랑스 요리를 좋아했던 케네디와는 달리 존슨은 더운
텍사스 출신인지라 냉동이나 얼음 음식을 올리도록 지시받자 주방장은
불복했다. 국가의 명예가 걸린 백악관에서 격이 떨어지는 냉동식품이나
얼음을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입맛을 하루아침에 돌릴
수는 없는 일인지라 이 요리장은 "미국이 촌스러워져 간다"는 뼈대
있는 말을 남기고 백악관을 떠났다. 20세기 초 프랑스 8대 대통령을
역임했던 아르망 파리엘은 대식가요, 미식가였다. 대통령이 되면서
최초로 한 일이 바로 관저의 주방장을 바꾸는 일이었다. 그가 대통령
이전 시절 다녔던 단골 음식점의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던 여요리사를
주방장으로 앉힌 것이다.
강화도에서 어렵게 자란 철종은 융숭한 대궐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다.
더욱이 막걸리와 우거지국이 먹고 싶어 이를 찾아 장안을 뒤졌지만
찾아내질 못했다. 한 찬간 하녀의 남편이 마시는 술이 입에 맞는지라
빚는 법을 그대로 알아다 빚었으나 맛이 달랐다. 이에 하녀에게 술을
빚게 하여 날마다 날라다 마셨으며 그 공으로 하녀의 남편은 선혜청
선달(先達) 벼슬을 얻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때 역대 대통령의
식사습관·식단·기호식품 등을 책으로 써낸 청와대의 한 요리인이 그
때문에 그만두었던 일이 있었다. 대통령에 관련된 제반 사항을 누설하지
않겠다고 한 서약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현 노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부터 효자동에 있는 어떤 집의
삼계탕을 즐겨 먹었는데 청와대에 들어간 후 그 삼계탕이 먹고 싶었던지
이 단골집에 요리사를 보내어 배워오라 시켰던 것 같다. 한데 이 삼계탕
주인은 대통령이 원하시면 1000그릇이라도 갖다 드리지만 영업기밀인
요리비법은 알려주어도 제맛을 못 낼 것이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제나라 환공(桓公)이 수레 만드는 장인(匠人)에게 설득당했듯이 장인의
비법이란 책에 적어 전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자식에게도 전수할 수
있는 것이 못 되며, 오로지 체험의 축적에서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는
것이라는 진리를 실토한 것이요, 그 장인으로서의 긍지가 돋보이는
삼계탕 장인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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