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오리 商法
문화권에 따라 선망하는 새가 있고 저주하는 새가 있다. 뜨내기로 사는
이동성 민족이 좋아하는 새는 하늘 높이 그리고 멀리 나는 새인데,
예외가 없고 붙박이로 사는 정착성 민족은 날지 못하고 따라서 멀리
가지도 못히는 새를 선호한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발이 없어 영원히
날기만 하고 죽어서 땅에 떨어진다는 극락조(極樂鳥)를 우러르고, 반대로
날지도, 달리지도 못하는 오리의 이미지는 형편없다. 서양 사람들
공처가협회 회원의 마크가 오리요, 낭비하는 것을 '오리와 논다'하고
빵점을 '오리알'이라 한다. 도날드 덕이 심술궂게 나온 것도 서양
사람의 오리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한데 정착성이 별나게 강한 우리나라에서 버들잎 물고 있는 오리는
평화의 상징이다. 삼국시대 이래 전쟁이 끝나면 군사기지는 못을 파고
버들을 심고서 오리를 놀리는데, 바로 오리와 버들이 태평성대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왕건의 도참에 나오는 오리는 영토 확장의 예언이요,
시집 장가갈 때 들고 가는 오리는 부부화목인 해로의 상징이다. 오리를
논에 방사하면 병충해를 잡아먹어 농약 뿌리지 않는 무공해
농법(農法)으로 번지더니, 이제 공사장 아래 오리를 방사하면 작업
인부의 조바심을 배가시켜 안전사고를 격감시키는 오리공법 현장이
늘고있다. 드디어 오리 상법(商法)까지 등장, 농공상(農工商) 오리시대가
열리고 있다.
실크로드 길목에 사는 소그드 상인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장사를 제일
잘하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이 상업민족은 아기가 태어나면 손바닥에
아교를 쥐어주어 손바닥을 펼 수 없게 한다. 한번 붙들면 놓치거나
빼앗기지 말고 억척스레 붙들고 늘어지라는 상술과, 한번 손안에 들어온
돈은 그것이 한두 푼이라도 놓치지 말라는 구두쇠 정신을 주먹 속의
아교로 터득시킨다. 그리고 걷기 시작하면 오리걸음을 체질화시키는데
달리기 직전의 가장 빠른 걸음이 오리걸음이다. 곧, 장사에 부지런하되
밖으로는 그것이 나타나지 않게 상리(商利)를 취하라는 윤리적
상도(商道)를 오리걸음으로 체질화시켰다.서역에 성행하고 있는 오리
달리기인 경압(競鴨)은 바로 소그드의 오리걸음에서 비롯된 상업
유희다.우리나라에서도 이 경압(競鴨)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오리농법·오리공법에 이은 오리상법(商法)이 아닐 수 없다.
(이규태·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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