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敎授 깐수
콩은 노랗기에 꽃도 노랗고, 팥은 자주색이기에 꽃도 자주색이라고
생각들 하지만 콩꽃은 자주색이고, 팥꽃은 노랗다. 열매와 꽃이 같은
색깔일 것이라는 동일 연결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자연에만 투영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됨됨에도 동일해야 하고 전 인격적으로 변함없기를
기대한다. 이이(李珥) 율곡 선생은 생각 많은 19세에 세상에 염증을
느끼고, 머리 깎고 급강산에 입산한 적이 있었다. 한평생 사는 데 크게
세 번, 작게는 서른 여섯 번 인생이 유전한다던데 율곡의 출가는 그 많은
유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한데 불문을 배척했던 당대
지배층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지탄당해 이 거유(巨儒)는 사직소를
올리기까지 했으니 바로 전 인격적 동일성을 요구하는 사고방식의
발로였다 할 수 있다.
1950년대 영국이 개발한 수소폭탄의 기밀을 소련에 누설한 죄로 영국
왕실의 회화(繪畵) 고문이요, 케임브리지대학의 명예교수인 안소니
블란트경(卿)이 검거되어 충격을 주었었다. 이 형사 국가사범의
대학에서의 명예를 삭탈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로 생각됐었다. 한데 이를
둔 교수회의에서는 경의 명예직은 회화 사가(史家)로서의 희귀한 학식
재능에 대한 칭호일 뿐이지 그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에 내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브란트경이 스파이 사건에 연루됐다 해서 명예 칭호를 박탈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발표한 것이다.
곧 영국 등 구미사회에서는 인간이나 인격을 우리 한국처럼 전 인간, 전
인격으로 완전 평가를 하지 않고 여러 가지 상호 독립된 부분으로 분할
평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곧 어느 한 사람에게 선(善) 부분, 악(惡)
부분도 있을 수 있고 천재(天才) 부문도 범재(凡才) 부문도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을 분할해 부분 평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완전 평가,
분할 평가는 각기 장·단점이 있어 문화권이나 시대에 따라 취사 선택해
왔다.
아랍 사람의 용모를 한 북한 출신 정수일씨가 아랍권 대학에서
이슬람학을 전공, 무함마드 깐수라는 레바논계 필리핀인으로, 남파 북한
공작원으로 활약하다가 5년복역하고 석방·복권되었다. 한국 이슬람
교류에 학술적 업적을 쌓은 이 무함마드 깐수가 고려대에서
'이슬람문명' 강의를 맡게 됐다는 보도가 있어 분할 평가의 한
본보기로 기억해둘 만하여 적어 보았다.
(이규태·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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