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흐르지 않는 黃河
중국문명의 발상원인 황하가 군데군데 바닥이 드러나 흐르지 않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국 서북부의 사막화가 황하 유역으로 급격히
남하함으로써 강바닥이 낮아지고 강폭이 좁아져 수량이 반감한 데다 50년
만의 가뭄이 겹쳐 농·공업 발전용수는커녕 생활용수를 대지 못해
유랑민이 생기기 시작, 사스에 못지않은 새 공황으로 뜨고 있다.
양쯔강(揚子江)을 막는 삼협댐이 담수를 시작하면서 이 넘치는 남쪽 물을
메말라가는 북쪽 황하로 끌어 올리는 대운하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 남수북조(南水北調)는 진시황의 만리장성에 못지않은 역사적
대사업이 될 것이다.
이미 7세기인 수양제(隋煬帝) 때부터 있었던 남수북조다. 수양제는
분열돼 있는 중국을 남북으로 통일시켜 놓았지만 정권이 하나가 됐다는
것일 뿐 남북이 물자나 문화 측면에서 교류하지 않고는 통일의 실속이
없다고 판단하고 남북 간 대운하를 계획한 것이다. 아버지인
문제(文帝)가 진(陳)나라를 정복하면서 장병들에게 인색하여 불만이
팽배, 그 불만의 탈출구로 고구려 정벌을 계획하고 있었다. 때마침
고구려가 요서(遼西)지방을 자주 침범했기에 고구려를 치고 약탈을
허락함으로써 장병들의 불만을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고구려 침공을
위한 군량 수송에도 운하는 필수였다.
수백·수천만 인부를 강제동원해 완공한 운하에 수양제는 용주(龍舟)를
띄우고 직접 출정했다. 3000여명의 장졸들로 하여금 운하 양 언덕을
도보로 걸어 수행케함으로써 위업을 과시했는데 추위와 굶주림으로 3할
이상이 죽었었다. 운하 양안에 버드나무를 촘촘히 심었는데 그 버드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서 있는 시체요 흔들리는 가지 가지가 그 원한의
요동이라는 반전가(反戰歌)가 번지고 2차에 걸친 수양제의 고구려 침공은
그래서 대패하고 만다.
항주(杭州)에서 베이징에 이르는 이 대운하는 4개성(省)을 관통하고
해하(海河)-황하(黃河)-회하(淮河)-장강(長江)-전당강(錢塘江)의
오대수계(五大水系)를 통합한 3560리의 세계에서 가장 긴 인공운하인 것이다.
남수북조는 물을 다스려야 중국을 다스리고 황하와 장강이 죽으면 그
가운데 끼인 중국이 죽는다는 원초적 진리의 현대적 나타남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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