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장승배기 공원

bindol 2022. 11. 3. 16:16

[이규태 코너] 장승배기 공원

조선일보
입력 2003.05.12 20:06
 
 
 
 


전통 사회에서 탕녀의 애인은 정부(情夫) 간부(間夫) 애부(愛夫)
기둥서방이 있고 애정행위도 눈흘레-입마치-젖쥔치-새후르기-거드모리 등
다양하기 그지없다. 변강쇠전의 옹녀가 이 네 서방을 거느리고 열두
잡질을 다했다.이 천하의 탕녀 옹녀가 천하의 탕남 변강쇠를 만나 함양
지리산에 들어가 살림을 차린다. 잡질 빼놓고 할 줄 아는일이 아무것도
없는 강쇠란 놈, 나무해 오라 시키면 노변에 있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하는 장승만을 쑥쑥 뽑아와 때곤 했다.

장승은 절이나 신당 같은 신성지역 표시요, 마을의 경계표시로 이정표
구실을 한 데다, 병이나 불행을 몰아오는 액귀·병귀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기도 했다. 옛날 아이 못 낳는 여인은 이 천하대장군 코
베어 내어 닳여 먹었고 젖이 안 나는 여인은 지하여장군 젖가슴 베어
닳여 먹었기에 그로써 효험을 본 여인들을 장승첩 장승유모라 했으니
그만큼 민중과 친근했던 장승이다. 그래서 팔도 지역별로 횡적 조직,
종적 조직을 가진 신성(神聖)조직체로 파워를 행세했었다.

함양 장승이 이 침입자의 신성침범을 보다 못해 팔도 우두머리 장승인
한양 노량진 대방 장승에 원정을 했다.대방동의 동명이 돼있는
대방장승의 대방(大方)은 불교용어로 위대하고 광범하며 으뜸이란
형용사다. 주로 대승경전(大乘經典)을 높여 말할 때 쓰는 말로
대방광화엄경(大方廣華嚴經) 대방등다라니경(大方等陀羅尼經) 등이
그것이다. 노량진 장승을 대방 장승으로 추대한 이유로,
도표(道標)구실도 했던 장승인지라 한강 건너면서 길이 동서로 크게
갈라지는 길목에 서있는 장승이라 도표 원점이라해서 대방 장승으로
떠받쳤을 확률이 높다. 전설로는 효자였던 정조(正祖)대왕이 수원에 있는
아버지 능에 잦은 행차를 하면서 가는 길에 안전을 빌어 대방 장승이
됐다기도 한다.

원정을 들은 대방 장승이 노발대발하여 팔도 9천9백99개 전 장승이
모이는 장승대회를 새남터에 소집하여 변강쇠에 대한 응징책을
의논하는데 9천9백99가지 병으로 변강쇠의 몸을 도배질하기로 의결한다.
대방동 이 장승배기를 공원으로 새단장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전국에
흩어져 버림받고 있는 민속문화재 발굴 보호의 본이 됐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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