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파티마의 손
이란이나 이라크에 가면 여인들의 귀걸이나 목걸이가 사람 손바닥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귀금속 가게의 쇼윈도에도 크고 작은 이
손바닥 펜던트가 걸려있게 마련이며, 시골에 가면 집문 정면에 붉은
손바닥 도장이 찍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불행을 막아주는
부적이었던것이 액세서리로 자리바꿈한 것이다. 이를 '파티마의
손'이라 하는데, 파티마는 바로 이슬람의 창시자요 예언자인 무하마드의
딸이자 이슬람 4대 칼리프(영도자)인 알리의 아내로 아랍 세계에서는
이상적 여성으로 흠모받아 온 인물이다.
무하마드에게는 아들이 없어 덕망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칼리프의 대를
잇게 하여 3대를 내려오다가 무하마드의 혈육인 파티마의 남편 알리가
4대 칼리프에 오르면서 혈연 상속을 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알리는
무하마드의 조카로 이중으로 피를 이어받았다 할 수 있다. 이후부터
칼리프는 혈연상속돼야 한다는 시아파가 분파(分派), 남부 이라크에
본거지를 삼았다. 파 간의 암투가 혹심하여 무하마드의 사위인 알리
그리고 외손자인 후세인이 줄줄이 암살당해 시아파의 철천지 원한으로
응어리져 내렸다
20여년 전 이란 시아파 도시인 메셰드를 여행하면서 목격한 소름끼치는
광경이 생각난다. 아래위 검은 옷차림을 한 시아파 교도들이 행진하는데
산자르라는 가시 돋친 쇠사슬로 자신의 등을 후려갈기며 "어어이
후세인!"을 연호하는 것이었다. 더러는 유혈이 심해 실려나가기도 했다.
행진의 종착점인 모스크에서는 순례자들이 사원의 초석에 머리를
들이받아 피를 흘리고 있었고…. 억울하게 죽은 후세인의 원한을 1500년
동안 그렇게 통곡해 내린 것이었다. 이 유혈의 행렬에서도 파티마의 손이
찍힌 깃발을 보았는데 바로 시아파를 결집시키는 구심점이 그 원한이요,
그 원한의 표방이 파티마의 손이었다.
이라크 인구의 과반이 시아파요, 반대파인 사담 후세인 정권하에서 피의
저항을 해오다가 지금 제 세상을 만났다.무하마드의 외손자 후세인의
순교지인 카르발라에서 대규모 순례집회를 가져 수십만 동원의 저력을
과시하면서 미군의 조기철수를 외쳐댔다. 하지만 미군측에서는 시아파
신정(神政)을 거부, 이 갈등은 상승해 나갈 조짐이다. 이 간헐적인
인간파도 틈에도 간간이 나부끼는 파티마의 손을 볼 수 있어 그 궤적을
더듬어 보았다.
'이규태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규태 코너] 歷史 나무 (0) | 2022.11.04 |
---|---|
[이규태 코너] 교보 강남 책방 (0) | 2022.11.04 |
[이규태 코너] 사스와 한약 (0) | 2022.11.03 |
[이규태 코너] 팡파르없는 凱旋 (0) | 2022.11.03 |
[이규태 코너] 초파일과 미국 거북 (0) | 2022.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