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사스와 한약
서양의학에서 히포크라테스를 들듯이 동양의학에서는 장중경(張仲景)을
든다. 후한(後漢) 헌제( 帝) 때에 전염병이 크게 번져 장중경 일족
200여명의 3분의 2가 상한(傷寒)으로 죽었다. 심한 열이 나는 돌림병을
상한이라 하며, 지금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스도 상한이랄 수 있다.
장중경은 이를 계기로 두통 오한 발열 체온상승 식욕부진으로 시작
혼수에 빠지는 상한을 파고들어 130가지 약방(藥方)을 수록한
'상한론(傷寒論)'을 지었다.
어느 날 장중경이 동백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고 있는데 한 깡마른 노인이
찾아와 열이 나고 목이 아프고 소화가 되지 않는다고 도와달라 했다.
진맥을 하던 장중경은 놀라 외쳤다. "당신의 맥은
수맥(獸脈)입니다"하자 "훌륭하십니다. 실은 저는 이 산에 사는 늙은
원숭이입니다"하는 것이었다. 약주머니에서 알약 두 개를 꺼내 먹였더니
이튿날 늙은 원숭이는 병을 낫게 해준 은혜를 갚는다고 만년 묵은
오동나무를 바쳤다. 장중경은 이 오동나무로 금(琴)을 만들었는데 상한의
돌림병이 돌 때 이 고동금(古桐琴) 소리를 들으면 병에 걸리지 않았으니
지금 이를 들고 중국천하를 돌면 사스는 혼비백산할 것이다.
열이 나는 감기에 차가운 오렌지 주스를 먹이거나 냉탕에 들여놓는 것이
대치의학(對治醫學)이요, 이불을 둘러씌워 아랫목에 취한시키는 것이
동치의학(同治醫學)이다. 곧 병원(病源)이나 병균과 대립해 섬멸시키는
양의약은 대치요, 공존해 달래서 약화시키는 한의약은 동치다. 사스의
병균이 확인되지 않았기에 대치 예방치료약이 생기지 않았지만 사스의
증세는 나타나 있기에 동치 예방치료약은 만들 수가 있다. 중국에서는
상한론의 전통에 동치의학이 조화하여 사스 예방치료약이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국에는 박사 위에 도사(導師), 도사 위에 원사(院師)가 있는데,
최고권위의 이 한약 원사들이
감초·금은화·곽향·방풍·시호·창출·황기·황금 여덟 가지 약초를
배합해 지은 것으로 이 약초들은 해열·해독하고 기침을 없애며 목 아픈
것을 고르고 담을 삭이는 데 공통되고 있다. 약초마다 오장육부에 가장
좋은 부위와 연관 명시되게 마련인데 이 여덟 약초들은 폐에 좋다는 데
일관돼 있어 동치약방(同治藥方)임을 알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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