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쿠르드 인
혼혈 민족이 아름답다는 것은 상식이다. 러시아 문학작품 속에서 미녀는
쿠르드족 혼혈의 아르메니아 아가씨로 정평이 나있다. 체호프의 단편소설
'미인(美人)'은 시골길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허술한 마차 정거장이
무대다. 노동자 농부 거간장이 장사꾼들이 속되고 걸쭉한 말로
떠들썩한데, 한 아가씨가 지나가자 파도가 쓸고 가듯 넋들을 잃는다.
바로 쿠르드 혼혈의 아르메니아 아가씨의 미모가 인생을 허탈하게 한다는
주제다. 도스토예프스키도 이 혼혈지구를 여행하고 나서 아름답고 청순한
호수를 허우적거리다 빠져나온 느낌이라 했다. 이라크 북부 유전도시인
키르쿠크를 제압한 쿠르드 여병사들의 환호하는 보도사진을 보니 그
미모를 직감할 수 있겠다. 지금은 3000만의 쿠르드족이
이라크·이란·터키 접경지역 세 나라에 분산되어 유목하며 살고 있지만
역사기간 동안 아르메니아·시리아·아라비아 등 혼혈이 진행, 유럽
사람이 좋아하는 블론드에 벽안은 쿠르드계(系)다.
쿠르드족은 같은 이름이 많은데 혈연·지연 그리고 신앙으로 맺어지는
종연(宗緣)에 얽매여 집단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각박한 유목생활이기에
집단을 떠나 살 수가 없고 더불어 운명을 같이하다 보니 구심 단결력도
강하고 전투적이다. 용맹하고 두려움이 없어 러시아의 코사크, 네팔의
구르카와 더불어 3대 용병(傭兵) 가운데 하나가 쿠르드병이다.
십자군 전쟁 때 예루살렘을 탈환했던 아랍권 최고의 영웅이요, 사담
후세인이 그 후계자로 자처, 결속을 호소했던 살라딘이 바로 쿠르드족
출신이다. 지난 걸프전쟁 때 반(反)후세인 행동을 했다 하여 이라크땅에
살아온 쿠르드족 300만명의 무력 엑소더스가 있었으며 도중에 얼어
죽어가는 아이들 참상은 이번 전쟁의 참혹함에 못지않았다. 그때
화학전으로 시체 더미를 이루었던 것도 쿠르드족이었다. 그들 거주지역인
북부 모술지역의 해방으로 독립의 기회가 왔다고 기뻐하는 한국의
쿠르드인이 보도되었다.
구약성서에서 노아의 방주가 와서 머무른 곳이 아라랏산이요, 그 인근에
쿠르드족이 취락하고 있다. 여기를 찾는 사람의 관심이 노아의 방주로만
집중되었던지 '왜 외국인은 우리 같은 피압박 민족보다 전설에 나오는
배의 파편에 보다 관심을 갖습니까' 하고 항의하던 쿠르드 청년을
생각나게 한 한국 속의 쿠르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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