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최저 출산국

bindol 2022. 11. 7. 07:12

[이규태 코너] 최저 출산국

 

조선일보
입력 2003.04.20 20:33
 
 
 
 

압록강 건너 연행(燕行)길에 들면 오밀조밀 손으로 빚은 듯한
봉황산(鳳凰山)이 나오고 그 산 북면 중턱에 알바위가 있다. 사행길
따라가는 조선사람들 다투어 이곳에 들르는 것이 관례였다. 사타구니
틈에 끼인 듯한 거대한 이 알바위 아래 구멍이 나 있고, 그 구멍을 33번
들랑거리면 아들 낳는 영험을 얻는다하여 손이 귀한 사람들 일부러
사행의 말단자리 큰돈 주고 사서 수행한다 했다. 중국의 북쪽 변방을
지켜주는 신당이 북진묘(北鎭廟)요, 이곳 한쪽 구석에 신화시대의 유물인
보천석(補天石)이 있다. 여호아가 천지창조를 할 때 하늘 한쪽이 무너져
재난이 일어났을 때 무너진 하늘을 막던 바윗덩이가 있다. 이 바위
아래에도 세모꼴의 구멍이 나 있어 천지간 곧 음양이 상통하는 구멍이라
하여 이 구멍을 누워서 통과함으로써 생식력을 얻는 것으로 알았다.
어찌나 많은 사람이 씻었기로 바위구멍 속 모서리가 반질반질 닳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봉황산 알바위와 북진묘 보천석에 아기 얻고 싶어
돈으로 산 수행원은 북진묘 지나치면 꾀병을 앓거나 이 핑계 저 핑계로
사행에서 낙오, 돌아가기 일쑤였다.

한국교회사를 쓴 달레는 한국인을 '보이매니아', 곧
사내자식광(子息狂)이라 했다. 사내자식 낳는 주력(呪力)을 국내에서
얻다못해 돈과 품을 들여 외국에까지 원정을 했으니 다산력 추구에
한국보다 맹렬했던 나라를 동서고금에 찾아볼 수 없다 했다. 그리하여
아기 많이 잘 낳는 여인은 부잣집 맏며느리보다 선망받았다. 전당포에서
이 다산의 주력이 스민 아이 많이 낳은 여인의 속곳은 비록
누더기일지라도 비단 세 필 값으로 잡아주었다. 그래선지 다산녀 속곳
빨래는 방안에 말려야지 마당에 말리면 도둑맞게 마련이다. 그만큼
다산주력(多産呪力)에 값이 나갔다. 상여나갈 때 앞세우는 망인의 영혼이
깃든다는 삼베깃발로 속곳을 지어입으면 아이를 밴다 하여 장지에서 이를
차지하려고 부인네들 집단난투가 곧잘 일어나곤 했는데 이 역시 가공할
다산선망의 노출이다.

세계 제일의 다산 지향국인 우리나라의 여성 1명당 출산율이
1.17명이라는 최근 집계가 보도되었다. 세계 최저 출산율인 이탈리아의
1.25명보다 밑도는 출산율이다. 겨우 40여년 전만 해도 속곳 전당이며
공포싸움이 잦았던 나라인지라 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