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지하 궁전
이 세상에서 영원히 꺼지지 않도록 불을 밝혀놓은 무덤이 두 개 있다.
미국 알링턴 묘지에 있는 케네디 무덤과 중국 시안 근교에 있는 진시황의
무덤이 그것이다. 기록에 보면 그 지하 아방궁은 지상 아방궁을 축소해
놓은 것으로 수은으로 강물을 만들어 둘러놓고 금은보화로 나무와 꽃과
새와 고기들을 조각해 놓았다. 그렇게 호화로운 궁전이지만 영면하는
침상은 여느 서민의 침상과 다름없이 세로 6척, 가로 3척에 불과하다.
그래서 부와 권력을 좇아 허덕이는 사람에게 「진시황도 단칸 자리에서
영면한다」고 충고하곤 했던 것이다. 그 머리맡에 인어유(人魚油)로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을 켜놓았다 했는데 인어유가 어떻게 만든
기름인지 몰라도 켜져 있을 리 만무하지만 독재황제의 불사의지에
섬뜩해진다. 전란을 예상하여 그 지하궁전과 위수(渭水) 밑을 뚫어
남산까지 이르는 12㎞의 땅굴을 파놓았는데 발견되지 않은 45㎞의 비밀
터널이 따로 있었으니 모두가 도피용이다.
고대의 지하궁전이 아방궁이라면 현대의 그것은 14년 전에 처형당한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부쿠레슈티 지하궁전일 것이다. 자신의
침실에서 곧바로 450m 지하 핵전쟁 대비 궁전과 엘리베이터로 연결시켜
놓았다. 그 궁전에는 한 달 먹을 외제 식량·주류가 가득 보관돼
있었으며 포크·나이프·접시 심지어 저울까지 순금제였다. 못다 판 강
밑을 통과시킨 땅굴도 발견되었는데 도피용이었다. 4년 동안 1만5000명의
노동력을 강제동원해 이룩했다는 지하궁전인데 국민에게는 40W 이상
전구를 쓰지 못하게끔 절검을 강요하고서 지어놓은 것이다.
바그다드의 후세인 지하궁전이 미군에 의해 점령되어 공개되었다. 호화
샹들리에에 순금 수도꼭지 등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궁전을 방불케
했다. 높이 5m의 방호벽으로 둘러 평상시에도 접근이나 촬영이
금지되었으며 손가락질만 해도 잡아들였던 후세인 궁전이 바그다드에만
10여개소가 있고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를 비롯, 전국에 약 80여개나
산재해 있었다. 그 대부분에 지하궁전을 조성했으니 역사상 가장 장대한
지하궁전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서 또 하나 역사적으로 확실한 것은
지하궁전을 호화롭게 만든 독재자나 정권일수록 멸망했다는 사실이다.
'이규태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규태 코너] 음악 법정 (0) | 2022.11.07 |
---|---|
[이규태 코너] 4文字語 (0) | 2022.11.07 |
[이규태 코너] 바이 바이 사담! (0) | 2022.11.07 |
[이규태 코너] 頭像위의 신발짝 (0) | 2022.11.07 |
[이규태 코너] 頭像위의 신발짝 (0) | 2022.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