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4文字語

bindol 2022. 11. 7. 07:25

[이규태 코너] 4文字語

조선일보
입력 2003.04.09 19:43
 
 
 
 


팝스타 마돈나가 만든 이라크전 반전 비디오가 회수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 여군이 「F*ck!」이라는 욕설을 퍼부으면서 부시 대통령에게
수류탄을 던지는 장면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성행위를 뜻하는 F*ck이란
말은 천한 비속어요, 욕말이라 하여 영어권에서 500여년 동안, 극히
근년까지 출판물에 쓰지 않았던 금기어(禁忌語)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의 외설 재판 때도 판검사나 변호인이 이 말을 입에 할 수 없어
「4문자어(four-letter word)」라 대신했을 정도다. 그 말과 발음이
비슷한 옷 주름(tuck)이란 말을 입에 담는 것마저도 천하게 여겼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조사한 외설어금기도(猥褻語禁忌度)에 보면 1위가
'mother-f*cker'요, 3위가 f*ck으로 단연 상위에 속한 비천한
욕말이었다. 흔한 욕말인 'sun of a bitch'가 9위인 것을 미루어
보아도 이 말의 천격을 가늠할 수 있겠다. 1965년 이 말을 방송에서 처음
썼을 때 일대사건으로 문제시했던 것을 마지막으로 영화나 소설 등
일상의 회화에서 자주 쓰면서 그 비속도, 외설도, 금기도가 희석돼
오더니 근간에는 비속어로 분류되지도 않는 단순 감탄사나 자책어로
정착됐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BBC방송이 발표한, 방송에서 쓰지
말아야 할 낱말 리스트에서도 이 말이 빠졌다.

근친상간(近親相姦)을 빗대는 욕말은 세계가 공통되고 있다. 중국의
욕말 가운데 '왕파!', 곧 '거북이!' 하면 욕이 되는데 거북은
성도착(性倒錯)이 심한 때문이며, 유선형의 자동차가 들어왔을 때 모습이
거북이를 연상시킨다 하여 시민들의 보이콧이 일어났을 정도다.
'차오니마! 차오타마!'는 우리 욕말인 '제에미! 네에미!'나 영어의
'이어 머더!' 스페인말의 '투 마들!'과 같은 근친상간형 욕말이다.
스페인에서는 휘파람으로 길게 한 번 짧게 두 번 길게 한 번 짧게 한 번
불면 '투 마들!'의 욕 휘파람이 된다고 한다. 우리 욕말에서
근친상간행위는 생략하고 '네에미! 제에미!'로 단축하여 자탄사로
달라진 것과 같은 F*ck의 외설 탈색이다.

한국의 욕말에 형벌용어가 한 유형을 이루고 있는데 형사 고발한다는
「제기다」에서 비롯된 「제기랄!」도 욕말이던 것이 차츰 농도가
희석되어 지금은 욕말이 아니라 자탄(自嘆), 자괴(自愧)하는 감탄사가
돼있듯 한 「4문자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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