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음악 법정
일본에서 대안의학을 하는 한 학자의 내한 강연에서 물에도 음악을 듣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눈(雪)에 결정이 있어 육출화(六出花)라 하듯이
물에도 결정이 있어 이를 촬영해왔다는 그는 물에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을 들려주었을 때 정돈된 아름다운 결정을 지었고 분노와
거친 음악을 들려주었을 때 그 결정은 정돈을 깨고 들쑥날쑥해졌다고
촬영사진을 비교해 보여주었다. 인체의 70%는 물이요, 감정의 변화에
따라 그 몸 안의 물의 결정이 달라지며 심신 건강에 양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식물이 음악에 영향받는다는 것은 알려져 있다. 미국 덴버방송국에서의
실험으로 두 개의 트랜지스터 틈에 호박을 길렀더니 베토벤 브람스
슈베르트 등 클래식 음악만을 흘러나오게 한 트랜지스터 쪽으로 호박순이
뻗어가 트랜지스터를 감아도는 친근감을 보였다. 반면에 록 음악만을
요란스럽게 틀어댄 트랜지스터로부터는 호박순이 반대편으로 뻗어가 창을
타고 올랐다. 식물도 음악을 듣고 생명 없는 물도 음악을 들어 싫고
좋고를 나타내는데 하물며 사람임에랴.
이미 BGM, 곧 백그라운드 뮤직이라 하여 배경음악으로 수퍼마켓에서
구매의욕을 돋우어 매상을 올리고, 병원에서 의료 불안을 감소시키며,
치과에서 통증을 감소시킨 사례들이 보고돼 왔다. 시인 바렐리는
불안·근심·착란이 있을 때마다 바흐 음악을 틀어놓고 일정 리듬이 얽는
질서정연한 음의 모자이크 위에 불안정한 정신을 쏟아 정돈한다고 했다.
전투 현장에서 전쟁공포를 약화시키는 데 음악이 효력을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는데 이미 대도 임꺽정이 그 음악 병법을 썼다. 피리 잘 불기로
팔도에 소문난 왕손 이주경이라는 이가 황해도에 소작료 거두러 갔다가
임꺽정 일당에게 잡힌 몸이 되었다. 임꺽정은 융숭히 대접을 하고 달밤에
도당을 모아놓고서 피리 한 곡조를 청했다. 그리고 두려움을 덜어주었다
하여 감사받고 안전하게 호송받으며 나왔던 것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의 한 부장판사는 형사재판 시작하기 전 법정에 30분
동안 CD플레이어로 음악을 틀어 화제가 되고 있다. 피고인이나 가족들의
불안·초조·긴장을 완화시키고자 함이다. 음악이 인체 안의 물의 결정을
달리한다 하니 음악법정은 그래서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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