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와디이즘
지금 지상전이 진행 중인 이라크 사막에는 와디라는 바위가 많은 좁은
협곡들이 많다. 연중 건조하여 불모의 골짜기로 있지만 상류에 비가
쏟아지면 급류가 되어 크고 작은 바위들을 무차별 굴려 흐름 가운데 있는
것이나 강둑에 있던 목동의 집들을 파괴해 버린다. 둑에서 사랑에 빠져
비 오는 것을 모르고 사랑하고 있는 연인들마저도 휩쓸어내리는 가공할
와디다. 그러길 두어 시간 하고나면 언제 미쳐 날뛰었던가 씻은 듯이
원상복귀한다. 민족의 심성은 그 속에 살아온 자연환경을 닮는다더니,
자제하다가도 폭발적으로 발작하는 과격한 이라크사람들의 심성을 와디
닮았다 하여 와디이즘이라 한다. 보통 대화도 성난 듯 목청을 높이고
흥정하는 소리는 싸우려 드는 사람 같다. 제스처가 과장되고
울고불고하는 감정표현이 과격하다. 민중이 폭동을 일으킬 때도
맹목적으로 열광하기에 진압경관도 와디가 지나가길 기다리듯
일정방향으로 유도, 시간을 번다.
이라크 사람들이 호전적인 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돼 있다. 같은
아랍계 민족이면서도 남방부족과 북방부족의 조상이 다르다는 것으로
대립, 수천년을 싸워 오늘에 이르렀다. 이를테면 다마스쿠스에서
북부인이 남부인의 마당에서 멜론을 훔쳤다는 것이 발단이 되어 잔학한
전쟁을 2년 동안이나 지속했다. 같은 마호메트교이면서 수니파는
기독교보다 시아파에 대해 더 적의를 품는다.
육아습성도 호전적 적개심의 원천이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으려 하면
어머니는 형 주어 버린다 하고, 형은 하는데 너는 왜 못하느냐는 등 형제
동기간에 적개심 경쟁심 질투심을 불러일으키며 기른다. 같은 종족 아닌
다른 종족에서 아내를 들이는 족외혼(族外婚)을 하면 인척관계가
형성되어 종족간 불화와 갈등이 화해의 길이 트이는데, 이라크사람들은
부계(父系)혈통의 사촌끼리의 결혼을 가장 이상적으로 아는
족내혼(族內婚)이기에 다른 종족과의 적대(敵對)하는 골이 깊어지고,
그래서 호전적이 되고 호전적인 사람을 우러르게 된다. 그래선지
이라크에서는 국가 보유의 소총보다 각자 집에서 갖고 있는 소총 수가
많다는 것이 상식이다.
단기전으로 예상됐던 이라크전이 산발적 게릴라 저항으로 장기화하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이 이라크의 가장 가공할 무기로 호전적인
와디이즘을 들었던 기억이 그래서 새삼스러워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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