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씨받이 은행
불임에는 남편의 정자에 문제가 있는 경우와 아내의 난자에 문제가 있는
두 경우가 있다. 우리 전통사회에서 전자는 야밤에 사나이를 보쌈해
납치, 합방시키는 씨내리가 있고 후자는 직업적인 부인을 들여
합방시키는 씨받이가 있었다. 그 불임여성을 위한 씨받이를 주선하는
한국의 난자은행(卵子銀行)이 일본에 상륙했다고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다. 서울에 본사를 둔 이 난자은행에서는 일본의 난자제공자를
1인당 60만엔으로 공모, 현재 20~30명을 확보하고 있다 한다. 이 난자를
살 사람은 부부가 와 경력 자료를 보고 제공 난자를 선택하여 남편의
정자와 체외수정한 뒤 아내의 자궁에 이식하여 임신시키는 절차로
진행된다. 그 값은 200만엔. 난자 제공자인 씨받이 부인과는 얼굴을
맞대지 않고 또 아내의 뱃속에서 10개월을 자람으로써 씨받이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을 극소화한 셈이다.
옛날 씨받이 부인이 선택되면 은밀히 윗방에 들여 합방을 시키는데
본처가 그 장지문 밖에서 건기침하며 지키고 앉아 씨받이 삼계(三戒)를
감시했다. 부인 얼굴에 명주 수건을 덮어야 하고 남편과 한마디도 말을
해서는 안 되며 몸을 움직이거나 숨소리를 거칠게 내도 안 되었다.
그리고 잉태가 되면 별당이나 산지기집에서 열달 동안 유폐돼 살아야
한다. 아들을 낳으면 벼 스무 섬을 씨받이값으로 받고 3년간 다섯 섬씩
입마개쌀을, 다시 3년간 석 섬씩 쫓음쌀을 받는다. 그 아이가 씨받이
아이이며 자신이 씨받이 어미라는 것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입마개요,
제가 낳은 아기라 하여 정에 끌려 마을에 접근하지 않는다는 쫓음이다.
씨받이 아기를 둔 인간 단절의 대가들이다.
바랐던 아들이 아니라 딸이었을 때는 비극이다. 씨받이값도 반값으로
절하되고 낳은 아기는 씨받이 부인 몫이다. 대체로 제 앞만 가릴 나이가
되면 무당 딸로 팔아 무업을 상속받는다. 씨받이 딸인 무당의 한이
남다르고 시련이 가혹해서인지 신명과의 접신(接神)이 용하며 기도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선호됐었다. 남녀차별의 해소로 이 같은 비극도
없어지고 또 씨받이 부인이라는 비극적 인생의 탄생도 없으며 모자간
인간단절 없는 씨받이이긴 하지만 일본에서는 부부 이외의 체외수정을
허락하지 않아 이처럼 외국난자은행을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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