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대두 섬유
유럽에 있어 원한 품고 죽은 영혼은 완전히 죽지 못하고 콩꽃에 붙어
산다. 따라서 여자가 콩을 먹으면 그 악령을 잉태하는 것으로 알았다.
마녀가 타고 다니는 빗자루는 콩대로 만들었으며 유령을 그릴 때
콩나물처럼 털 난 외다리와 콩나물 대가리로 그린다. 희랍의
피타고라스가 자객들에게 쫓겨 도망치는 데 콩밭을 가로지르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콩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광기를 불러 일으킨다 하여 싫어했던
피타고라스는 콩밭을 가로지르느니 죽음을 선택, 자객에게 목을 찔려
죽고 만다.
18세기 실학자 이익(李瀷)이 우리나라에 콩이 없었던들 나라는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라 했을 만큼 콩은 민족식량이었다. 한국전쟁 때 된장과
두부·콩나물 없이는 전쟁을 할 수 없었다는 말도 있고, 한국 밥상의
과반은 콩 음식이라 해도 대과가 없으며, 36가지 장(醬) 담지 못하면
며느리도 결격사유가 됐듯이 콩은 한국의 생명이었다. 그래선지
'가나다라 강낭콩, 손님 오시려나 까치콩, 하나둘 다섯콩, 놀부 집의
제비콩, 고양이본 쥐눈이콩ㅡ' 등등 국어사전에만 나오는 콩만도
30가지나 된다.
세상에는 기후풍토와 지질의 차이로 그 지역에 가장 알맞은 작물이 있게
마련이며 그 작물로 농사를 지으면 품도 별로 들지 않고 거름이나 제초를
하지 않아도 잘 자란다. 콩은 한반도와 옛 고구려 영토인 만주지방에
적성인 작물이기에 그저 잡초투성이인 논두렁에서도 무성하게 잘도
자란다. 베적삼 흠뻑 적시며 콩밭 매는 칠갑산 아낙네는 매지 않아도
되는 콩밭을 매었으니 무척 부지런한 아낙네였나 보다. 그래서 한국은 콩
문화의 종주국이다. 연전에 마녀의 빗자루처럼 콩대와 콩깍지를 갈아
굳혀 목재를 만든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콩은 이제 먹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집까지 지어준다 하여 희한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이번에는 콩 단백질에서 섬유를 추출, 대두옷까지 지어입게 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본초강목'에 콩은 각종 부스럼, 다치고 벌레에
물리거나 뼈나 근육이 아리는 데 먹는다 했는데 먹어서 낫는 병이면
입어서도 낫는다는 의식동원(醫食同源) 사상에서 입는 약으로도 각광
받게 된 셈이다. 콩으로 집을 짓고 콩으로 옷을 지어입으며 콩을 주로
먹고 사는 콩의 종주국으로서의 삼위일체를 갖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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