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사내아이 난산설
세계 3대 테너인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67세에 남녀 쌍둥이를 낳았는데
여아는 순산하고 남아는 난산 끝에 죽었다 한다. 때마침 아일랜드
국립병원에서 8000명의 신생아 출산 기록을 분석한 결과가 보도되었는데
제왕절개수술도 남아의 경우가 50% 이상 많고, 분만 보조도구 이용도 20%
많으며, 순산을 유도하는 호르몬 투여도 한결 많았다 한다. 출산 전에도
남아 사망률은 여아보다 25% 많으며 임신 4개월째는 100%까지 증가한다고
한다. 출산할 때도 여아보다 남아가 54%나 많이 사망한다는 것은 상식이
돼 있다. 출생 후에도 1년 안에 사내아이가 27% 많이 죽고ㅡ.
사내아이를 낳아야 비로소 며느리로서 존재가치를 누릴 수 있었던 우리
전통사회에서 뱃속에 든 태아의 성별을 알고자 하는 민속은 꽤나 발달해
있었다. 아이 밴 여인을 뒤에서 "아무개 댁! 아무개 엄마!" 하고
불러서 오른쪽으로 돌아보면 딸이요 왼쪽으로 돌아보면 아들로 알았다.
진통이 시작되면 시어머니는 산실 앞에 곡식 되는 말을 뒤집어 놓고
앉는다. 말 비우듯이 순산하라는 주술일 것이다. 한데도 진통이 심하고
오래갈수록 시어머니 얼굴이 환하게 피어난다. 난산일수록 아들로 여긴
때문이다. 사랑에 대기하고 있는 아범을 부르면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던
붓과 벼루를 들고 산실에 들어가 난산하는 산모의 발바닥에 하늘
천(天)자 9개를 쓴다. 구천(九天)은 아들이게 하는 양(陽)의 원천이다.
그러고도 난산이 지속되면 아범이 산모를 뒤에서 껴안아 힘을 쓰게끔
뒷받침하거나 상투를 들이밀어 산모로 하여금 상투뿌리 잡고 힘을 쓰게
하기도 한다. 평안도 산간지방에서는 지붕지랄이라 하여 아범이 산실의
지붕 위에 올라가 나뒹굴며 더불어 진통을 하기도 한다. 이 같은
산모와의 고통 공감은 인류학에서 '쿠바드'라 하여 순산을 재촉하는
주술로 다른 문화권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태어날
아기가 사내이길 바라는 원망(願望)이 깔려있었다. 이렇게 하여
아기울음이 터져나오면 문전의 시어머니는 "고추냐 보리냐" 하고
성별을 묻는다. 고추면 낭랑하게 대꾸하고 세 이레 동안 누워서
조리하지만 보리면 묵묵부답 이튿날 일어나서 얼굴도 못들고 일터로
나가야 했다. 그렇고 보면 사내아이 난산설은 우리 민속의 통계적
증명이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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